‘디지털과 실학의 만남’ 주제 종합 컨퍼런스 개최
이 날 행사의 세부 주제는 지식커뮤니티, 마니아, 한류 등 3개. 18세기 실학시대 전문 연구가와 한국 IT 산업계 리더들은 한 자리에 앉아 200여년 격차를 두고 한국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마니아 문화의 구조와 특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21세기 한국 디지털 문명의 원형을 18세기 실학시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날 여항에는 김 노인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국화를 잘 심어서 꽃을 일찍 피게도, 늦게 피게도 했다. 또 몇 치 크기로 키워 꽃이 손톱처럼 작고 빛깔은 곱고 자태는 간드러지게 하기도 했다.”(강이천의 소품문중에서)
안대회교수(명지대 국어국문학과)는 주제발표문(18세기와 21세기를 읽는 키워드, 마니아)를 통해 “18세기 마니아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통해 21세기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행동양식을 설명할 수 있는 원형을 한국인 내부에서 조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안교수는 이어 “18세기 마니아는 주자학적 인간관, 세계관과 결별하여 틀 속에 안주하지 않고 틀을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함으로써 시대의 고독한 창조자가 됐다”면서 “그런 면모는 현대 디지털 문명 세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창조적 소수와 중첩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8세기 조선의 마니아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의 벽(癖)을 알리면서 존재를 드러냈다. 또 후원자와 동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안교수는 “화훼전문가인 유박은 꽃에 미친 자신을 위한 글을 써달라고 주변 문인들에게 부탁을 하고 스스로 자신의 벽을 담은 책(화암수록)을 짓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식 커뮤니티 관점에서 두 시대를 비교 분석한 박현모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도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순수 동호인 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재야 지식 커뮤니티가 18세기 마니아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동질 의식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18세기의 마니아 문화의 구조와 특성은 21세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사장은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쌓은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고 공유하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싸이월드(www.cyworld.com)의 미니홈피와 페이퍼라는 1인 미디어에 나타난 21세기 한국 마니아 문화의 특성을 설명했다.
18세기 마니아 문화는 단순한 사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집단을 형성시키고 나아가 관련 시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마니아 문화가 새로운 학문이나 직업을 형성시키는 촉매 역할도 했다.
안 교수는 “꽃 취미가 확산되자 화훼업이 성장하고 바둑이 유행하면서 바둑기사라는 전문직업인이 생기기도 했다”면서 마니아 문화와 신흥 산업과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안교수에 따르면 또 소설이 유행하면서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문화 서비스업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사장은 “일본의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소비자가 바로 한국 소비자들”이라면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마니아들이 샅샅이 제품을 분석해 그 결과를 인터넷 올려 공유한다”고 말했다. 디지탈웨이 우중구 사장도 “한국의 MP3플레이어 마니아들의 입맛을 통과하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확률이 높다”면서 마니아의 산업적 역할을 묘사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의 저력을 한국의 마니아 문화 전통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등장했다.
이동수 교수는 ‘디지털 시대 한류의 역사, 문화적 기반과 정책과제’라는 발제문을 통해 한류의 성공요인으로 한국 문화의 동서양 균형성, 디지털 미디어 기반 문화상품 등을 들었다. 한국의 드라마 등이 홍콩이나 일본에 비해 동서양적 요소가 적절히 잘 섞여 있어 아시아 각 지역 소비자들이 문화적 거부감없이 세련된 한국 문화상품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박현모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는 “영 정조 시대 마니아들의 지식커뮤니티가 만들어낸 문학,미술, 음악, 건축 등이 실학 시대를 꽃피운 것처럼 21세기 지식커뮤니티도 인터넷에 지식을 올려 드라마와 영화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류의 뿌리로서 마니아 커뮤니티를 들었다.
한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한국의 독창적인 마니아 문화를 육성하고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노디자인 김영세대표는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디자인 성공 사례를 들면서, “한류를 뒷받침하고 있는 힘은 한국인의 독창적인 창의력”이라면서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을 디자인 강국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회교수는 “18세기 마니아 문화가 꽃을 피웠던 배경에는 정조처럼 권력과 부를 소유한 후원 그룹의 역할이 있었다”면서 “21세기 마니아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현모박사는 마니아 중심의 재야 커뮤니티에 고급 지식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 전략 지식커뮤니티의 육성도 한류의 지속화의 방안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 현장에서 당장 상품화할 수 있는 반제품 형태의 지식을 국가 전략 커뮤니티에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개요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탐구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확산하고 경기도의 문화 비전을 만들기 위하여 1997년 7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문화예술 향수·참여 기회 확대, 문화예술 정책 개발 및 문화예술 교육,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등 건강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여 경기도민의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기도가 설립한 비영리 공익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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