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독일통일 25주년 한-독 연합 국제 학술회의 개최
‘한반도 체제전환과 통합을 위한 독일 통일 경험의 비판적 수용’ 주제
이번 학술회의는 독일통일 경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온 독일 학자들을 초청해 한반도 통일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상호 비교 검토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국제회의에 참여한 베를린 자유대 이은정 소장, 라이너 질버아이젠 예나대 교수 등 12명의 독일 학자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 동안 독일 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수행한 독일통일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해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는 ‘SFB 580프로젝트’, “간문화적 번역으로써 지식 전이: 한반도 체제전환을 준비하기 위한 시사점“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독일의 통일경험에 대한 최신의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놓고 한국과 독일의 학자들이 함께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로 ‘경제-경영’ ‘정치-행정’, ‘사회-심리’ 등 3개의 분과와 7개 토론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경제-경영 분과에서는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의 사회로 ▲전환기 동독지역의 기업가적 자영업 현황 및 그 한반도 관련 함의, ▲중소기업 매니지먼트, ▲노동시장 등의 주제가 논의 됐다.
▲‘전환기 동독지역의 기업가적 자영업 현황 및 그 한반도 관련 함의’ 주제는 독일 예나대학교 미하엘 프리취, 미하엘 비르비히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독일통일 이후 동독지역에서의 경제성장 및 발전을 주도해 온 것이 ‘기업가적 자영업’이라는 창업 붐이라고 말하면서 ‘창업자 자본주의’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것은 동독의 체제전환에서 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식이 국유재산을 민영화하는 ‘위로부터의 전환’이 아니라 ‘창업’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전환’이라는 점이었듯이 한반도의 통일에서도 이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석균(한국외국어대학교)과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는 ‘기업가적 자영업’이라는 개념이 자영업인지 중소기업인지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대기업 중심의 한국과 중소기업 중심의 독일 기업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제기하면서 이와 같은 ‘기업가적 자영업’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한반도의 통일에 적용하게 되면 남쪽의 대자본에 의한 북쪽의 식민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적 견해를 내놓았다.
베른트 마텐스(할레대학교)는 ▲‘중소기업 매니지먼트’이라는 제하의 발표에서 체제전환기의 매니지먼트의 변화를 다뤘다. 체제전환기에서는 기업가들이 ‘내적 열정을 가진 기업가’, ‘저항적 기업가’,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가’들로 분화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분화가 초기의 현상일 뿐, 이후 경제 체제전환은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출현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며 대규모 경제 엘리트들의 재생산을 동반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한반도의 통일에서도 기업가적 정신을 형성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식민지-전쟁으로 이어진 분단의 역사적 차이와 남북의 경제적 격차 및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때문에 독일의 흡수통일 방식보다는 점진적인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조효제(성공회대) 교수는 동서독의 매니지먼트의 차이 및 한반도의 통일이 연합제와 같은 느슨한 형태의 경제공동체 형성으로 나아갈 때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묻고 한반도 통일이 독일식의 급속한 통합방식보다는 점진적인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주제는 할레대학교의 베티나 비너, 토마스 케츠메릭 교수가 공동 연구했으며, 이들은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체제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실업 및 노동력의 가치 저하,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이주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통일독일정부가 취한 정책들이 어떤 지점에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기술교육과 실업대책들을 들었다.
이들은 통일 이후 구동독지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55세로 은퇴 나이를 낮추고 여러 가지 직업교육을 실시하였으나 그것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고용조건이나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다면서 1990년대 후반에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면서 노동력 부족해졌다고 주장하고 체제전환기에 보다 필요한 것은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진향(카이스트) 교수는 독일통일 모델을 갖고 한반도 통일에 적용하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상황을 가지고 있는 케이스에 두드려 맞추는 것으로, 매우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하면서 ‘체제전환’이라는 개념 자체를 설정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먼저 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손기태(건국대) 교수는 현재 상태에서 가정될 수 있는 것은 통일 이후 북한 노동자들이 이류화될 것이며 심각한 빈부격차 및 북한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열린 정치-행정 분과는 통일인문학연구단 김성민 단장의 사회로, ▲전환기 및 통일 과정 중의 엘리트, ▲정치와 행정의 지방분권화된 의사결정 구조 등 2가지 토론 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독일 예나대학교 하인리히 베스트, 라스 포겔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한 ‘전환기 및 통일 과정 중의 엘리트’는 독일통일 이전의 구동독의 엘리트들의 세대별 변화과정 및 통일 이후의 이들의 적응과정에 대해 연구하면서 동서독 간에 성공적인 엘리트 통합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이들은 독일통일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엘리트계층 변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남북 엘리트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문화적인 닮음의 조건을 찾고 이에 근거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엘리트의 통합을 국가의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는 관점에 대해 비판하면서 동독의 엘리트들이 이후에도 지배계급이 되었다면 그것이 어떻게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남북한에서 독일과 같은 지배연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했다.
또 전영선(건국대) 교수는 동독의 지배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차이들, 국가 정체성이나 국가 설립 이념의 차이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동독이든 서독이든 나치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상호간에 공유하는 문화적 토양이 있지만 북은 항일투쟁에서 승전이라는 자부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남북 지배엘리트간의 공유지점보다는 상호 대립적인 측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남북 엘리트 간의 연합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독일 파사우대학교 크리스티안 라데막허, 할레대학교 에버하르트 홀트만 교수는 ‘정치와 행정의 지방분권화된 의사결정 구조’라는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지방분권을 정치적, 행정적 지방분권이라는 차원에서 다루면서 지방분권의 형성과정을 영국, 프랑스, 스웨덴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그들은 독일 지방분권의 형성과정 상의 특징과 독일 연방공화국의 행정 구조의 특징을 제시하고 한국에서의 지방자치의 발전이 한반도 통일에서 지닌 의미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한반도에서의 지방 분권화를 독일과 같은 연방제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대안적인 형태의 정책적 (지역화, 지방 자치화), 행정적 지방분권(분산, 위임)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승범(건국대) 교수는 동의를 표하면서 이런 분석이 한반도 통일에 주는 4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것은 첫째, 지방분권이 민주화의 주요 동력이며 둘째, 통일 후 지방자치가 새로운 제도의 수용을 증가시킬 것이며 셋째, 지방분권이 중앙정부의 약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넷째, 남북통일 이후 북한에서의 지방자치 실시가 국제금융지원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또 윤철기(서울교육대) 교수는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재정자립도인데 이것이 낮은 이유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한반도 통일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는 중앙정부에 의한 권력과 자원의 집중이 아니라 지역분화와 지역에서의 시민사회형성이라고 말했다.
사회-심리 분과는 북한대학원대학교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단 이우영단장의 사회로 ▲사회 구조와 세대 ▲청소년기에서 성년기-1990년대 독일에서의 사회정치적 변동의 역할 및 관련 한반도 상황에 대한 논의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미하엘 호프만(예나대학교)과 베른트 마텐스(할레대학교)는 공동 연구 결과인 ‘사회 구조와 세대’에서 ‘사회적 환경군(milieu)’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동독의 평화혁명을 이끌어간 사람들이 동독의 마지막 20년 동안 형성되었던 새로운 사회 환경군, 쾌락주의적 노동자환경군과 좌파적/대안적 환경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들은 동독의 연령그룹을 ‘회의적 가부장’ 세대, ‘재건세대’, ‘전환기의 부모세대’, ‘탈경계적 세대’로 나누고 체제전환 속에서 이들 세대별 대응방식 및 적용양식들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독과 북한 정치지도엘리트간의 비교 및 환경군의 차이, 그리고 생활세계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병수(건국대) 교수는 북한의 상층부가 16%로, 동독의 25%에 비해 훨씬 적으며 혁명혈통을 따르는 봉건적 세습 및 주체사상의 내면화와 일체화로 인한 대안적 생활세계의 등장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동독의 경우와 다르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로막는 것은 미국과 남한의 적대적 대립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이수정(덕성여대) 교수는 북한이 동독과 달리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일종의 ‘탈식민국가’라는 점에서 정권에 대한 지지와 자부심이 동독에 비해 매우 강하며 체제결집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현재 북의 사회문화적 변화가 소비지향적 문화나 대안적 생활세계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너 K. 질버아이젠(예나대학교)가 연구한 ‘청소년기에서 성년기-1990년대 독일에서의 사회정치적 변동의 역할 및 관련 한반도 상황에 대한 논의’는 통일 이후 분단되어 있는 두 국가의 구성원을 통합하는 데 다른 어떤 계층보다도 청소년이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이는 그가 ‘창업자 정신’의 기본적인 자질이 함양되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이며 변화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창업자 정신’은 정신에 대한 강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이나 기회,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는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체제 전환에 적응하는 데 성공적이며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를 함양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독일과 한국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독일에 비해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의 자기효능감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권금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통일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짐으로써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반면 한반도의 통일은 그럴 시간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주로 여성문제를 중심으로 한 질문들을 던졌다.
김종군(건국대) 교수는 서독과 동독의 교육통합이 서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교육통합 과정 및 결과, 그 효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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