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대사, 불교의 인권에 대한 탐구서 ‘불교와 인권’ 발간
불교에서 ‘인권’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지만 불교는 독특한 인권사상을 가지고 있다. 불교는 관념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변화 그것도 한 찰나도 영속하지 못하는 변화를 말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 존중되어야 할 것을 말하며 또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라는 존재,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상(無常/無相)’ 자체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고정관념을 가져서도 아니 되고(無想), 집착하여서도 아니 되지만(無執着), 모든 존재는 무상 그 모습대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무상하기(연기하기) 때문에 온 존재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존중의 대상이다.
‘인간 존엄’의 네 가지 의미
①인간은 특별한 존재다. ②인간 자체가 목적이다. ③인간은 자기 실현적 존재다. ④인간은 타자 배려적 존재다. 이 네 가지는 상호보완적이다. 예컨대 인간이 특별한 존재인 것은 인간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며, 자기 실현적 존재이기 때문이며, 타자 배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 존엄’은 인간이 자신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말일 뿐이다. 인간 존엄의 또 다른 표현인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존엄’이나 ‘영장’이라는 말은 인간 종의 자기 격려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선언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자연의 이법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 종 이외의 종이 인간을 위하여 그렇게 선언해 주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 이외의 타종(他種)들도 그들의 언어로 자신들이 존엄하다고 선언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그들도 특별한 존재로서 목적적 존재이며, 자기 실현적 존재이며, 자기 종을 배려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만이 존엄하다’고 하는 것이나 이와 유사한 표현들은 모두 인종 스스로가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려는 인종 이기주의적 선언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생명의 세계에서는 온 존재가 평등하다. 각각의 종과 각각의 개체가 고유의 생존방식, 재능, 모습 등을 가지고 상호의존적으로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다. 종적으로나 개체적으로나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존재들이기에 온 존재가 평등하게 존엄하고 소중하다. 이처럼 온 존재가 평등하게 존엄하고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타존재와 달리 ‘조금 더’ 탁월해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 존엄의 네 번째 의미인 ‘인간은 타자 배려적 존재이다’라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즉 인간은 타자 배려적인 존재 혹은 자기 종 배려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다른 종에 대해서도 배려적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타존재와 달리 조금 더 탁월해질 수 있다. 이는 인간 이외의 다른 종이 그러한 능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은 다른 존재를 보살피는 데 있어서 다른 어느 종보다도 지혜로울 수 있는 성찰적 존재라는 것이다.
동체자비
온 존재를 보살필 수 있는 것은 도덕적 역량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진정한 온 존재 보살핌은 온 존재의 생명실상에 대한 통찰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지혜를 전제한) 자비의 실천이며, 동체자비이다. 불교는 한편으로는 나의 생명줄이 온 존재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 존재 하나 하나가 우리와 똑같은 생명발양에의 욕구를 갖는다고 본다. 나의 안녕을 위해서도 온 존재를 보살펴야 하지만, 온 존재 하나 하나가 생장과 행복을 지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욕구를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인간이 탁월한 것은 인간이 이러한 성찰 위에서 자신 이외의 다른 종들까지 보살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인간은 (하나인) 생명실상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그러한 통찰에 합치하는 삶을 살 수 있기에 존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 인권론이 던지는 한 가지 핵심 메시지는 ‘한 생명(과정)’을 이루고 있는 온 존재를 배려·존중하는 인권, 즉 ‘온 존재 배려적/존중적 인권’이다.
불교 인권론은 인간 내에서의 상호배려적 인권뿐만 아니라 인간 종을 넘어서 온 존재 배려적 인권을 말한다. 그래서 불교가 지향하는 인권은 현재의 제1, 2, 3세대 인권을 넘어선 제4의 인권이다. 이러한 제4의 온 존재 배려적 인권은 인간생존을 위해서도 요청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인간 존엄’을 위해서도 요청된다.
온 존재 모두 상호의존적인 ‘하나의 생명(과정)’을 이루고 있다
온 존재 배려적/존중적 인권은 황금률을 인간 종을 넘어서 온 존재에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 종에 국한시켜서는 황금률의 충실한 적용이지만,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해서는 황금률의 확장적 적용이다. 그것은 내 자신이 죽음과 고통을 회피하고 삶과 쾌/행복을 선호하듯이, 모든 사람이 그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 밖의 모든 존재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료 인간에 대해서는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처럼 그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며, 여타의 온 존재에 대해서는 그들 또한 그러한 욕구를 갖는다고 보고 그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타자와 온 존재에 대한 그러한 존중이 곧 나 자신의 존중을 의미한다는 자각이다.
온 존재가 모두 함께 상호의존적인 ‘하나의 생명(과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온 존재 존중적 인권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인권’이라는 개념조차도 무상한 것이며 고정적인 것일 수 없다. 그것은 가변적인 것으로서 시대와 역사, 그리고 인간 의식의 발달과 함께 진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온 존재 존중적 인권개념은 불교와 인권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서 필자가 도달한 한 가지 결론이다.
이 책의 구성
필자의 다른 결론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전체 내용의 골자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모두 7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현재 이해되고 있는 인권 일반에 대한 의미를 밝힌다. 2부에서는 불교 인권론의 이해에 전제가 되는 개념들 및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불교 인권론에 대해서 살핀다. 3부에서는 필자가 이해하는 불교 인권론의 내용을 밝힌다. 불교 인권개념의 성립과 옹호의 논리를 탐색하고, 불교 인권 실현의 원칙을 ‘연기’와 ‘평화’라는 두 개념으로 정리하며, 서구적 인권 개념과 비교의 관점에서 불교 인권개념의 속성을 밝힌다.
4부와 5부는 인간의 범위를 넘어서 인권을 동물 존중과 온 존재 존중 개념으로 확장하여 이해한다. 4부에서는 존재들간 무경계적 관점에서 불교의 동물 존중의 논리를 해명하며, 이를 서구의 동물존중론 및 동물권리론과 비교한다. 또한 진화론과 진화론에 근거한 사회생물학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갖는 의미를 검토하고 이를 불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5부에서는 역시 무경계적 관점에서 불교의 온 존재 존중의 입장을 검토한다. 특히 온 존재 존중의 실천방법, 온 존재에 대한 가치부여의 이유, 온 존재 존중의 논리로서 ‘차이존중적 평등’의 의미를 살펴본다. 온 존재 존중적 인권을‘생태적 인권’이라고 명명하고 그 의미에 대해 해명한다.
6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 불교사상가인 원효의 화쟁개념에 나타난 인권의 의미를 분석한다. 7부는 이 연구의 결론으로서 ‘보다 온전한 인권의 모색’을 위한 필자 나름대로의 제안이 있다.
이 책의 차례
1부 인권 일반에 대한 이해
1장 인권에 대한 이해
1. 1세대·2세대·3세대 인권
2. 서구 인권개념의 속성
3. 법적·도덕적 권리로서의 인권
2부 불교 인권론 I
2장 불교 인권론에 대한 회의적 의문들
1. 불교에는 인권개념이 없다?
2. 불교는 자본주의적 가치와 배치된다?
3. 불교는 문제해결책을 마음에서만 찾는다?
4. 불교는 사회 변혁적이지 못하다?
3장 불교 인권개념의 전제들
1. 불이(不二)
2. 자기 보존 욕구
3. 자비의 도덕
4장 불교 인권론
1. 인권이념의 보편성과 불교:이샤이의 불교 인권론
2. 달라이 라마의 불교 인권론:보편책임론
3.키온의 불교 인권론
4.그 밖의 불교 인권에 대한 견해들
3부 불교 인권론 II
5장 불교 인권의 성립과 옹호
1. 인권 성립의 근거
2. 인권옹호의 근거로서 사성제
6장 불교 인권실현의 원칙
1. 연기적 원칙
2. 평화적 원칙
7장 불교 인권개념의 특징
1. 서구 인권개념의 속성
2. 불교 인권개념의 특징
4부 동물 존중
8장 인권에서 동물 존중으로
1.서구주류전통에서의 경계적 사유
2.불교의 무경계적 사유
3.불교의 동물존중론:동물해방론과 동물권리론을 넘어서
4. 불교 동물권 옹호의 원칙:차등적 존중
9장 진화론과 사회생물학, 그리고 불교
1. 다윈의 진화론에서의 인간과 동물의 무경계
2. 사회생물학에서 인간과 동물의 무경계
3. 사회생물학의 ‘이타적 행위의 이기적 본성론’의 의미
4.인간만의 탁월성:이기적 유전자에 저항하는 능력
5. 불교적 관점에서 본 진화론과 사회생물학
5부 온 존재 존중
10장 동물 존중에서 온 존재 존중으로
1. 온 존재 존중의 이유로서 존재의 무경계성
2. 온 존재 존중의 실천
11장 불성과 온 존재의 가치
1. 온 존재의 가치근거로서 불성
2. 온 존재의 진여성
12장 인간, 동물, 온 존재 존중
1. 다름의 인정:근기와 방편
2. 다름의 존중:평등
13장 생태적 인권
1. 생태적 인권의 요청
2. 생태적 자아의 실현
6부 원효사상과 인권
14장 원효의 화쟁과 인권
1. 원효와 화쟁
2. 화쟁과 평등
3. 화쟁과 자유
4. 화쟁과 인류애
5.화쟁과 온 존재의 조화
7부 보다 온전한 인권의 모색을 위하여
15장 현재의 인권을 넘어서
1. 법을 넘어서
2. 권리 패러다임을 넘어서
3. 인간 종을 넘어서
4.인간도덕률로서의 황금률을 넘어서
5. 고정관념을 넘어서
지은이 소개: 안옥선
현 순천대학교 철학과 교수.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 철학과에서 「초기불교 윤리의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 받음. 저서로는『불교 윤리의 현대적 이해』『불교의 선악론』 Compassion and Benevolence 등과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인가』『인간과 가치』 등 공저가 있으며, 공역서로 『붓다, 마르크스, 그리고 하느님』『여성주의 철학』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불교 윤리와 현대 윤리학의 만남」 「불교의 인권」 등 다수가 있다.
서명 : 불교와 인권
저자 : 안옥선
출판사 : 불교시대사
ISBN : 978-89-8002-105-5
발행일 : 2008년 3월 11일
면수 : 416면
정가 : 20,000원
불교시대사 개요
1991년 창립한 불교시대사는 지난 16여 년 동안 200여 종의 불교서적을 간행한 불교전문 출판사입니다. 불교 출판문화의 첨병을 자임하며 출발한 저희 출판사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법구경·금강경 ·유마경 등 30여 경전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번역한 <읽기 쉬운 경전 시리즈>(전10권)를 시작으로 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만다라총서>(전20권), ≪불교학개론 강의실≫ ≪불교사상의 이해≫를 비롯한 불교입문서, 불교사상을 현대학문의 관점에서 조명한 <불교학 세미나>, ≪한국불교 인명사전≫ ≪한국불교 사찰사전≫ ≪불교상식백과≫(전2권) 등 사전류, 불교설화집, 각종 불교교양도서를 출간해 오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buddhist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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