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마음을 울리는 명장면 명대사
“뭐라고? 내 말 안들려요?”
프랑스 패션 전문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일과 사랑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잠수종과 나비>의 쟝 도미니크 보비는 43세의 어느 날 기나긴 육체의 침묵 속으로 빠진다.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병실의 천장뿐. 병실을 찾아온 의사들은 영문을 모르고 누워있는 쟝 도미니크 보비에게 그의 병명과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한 참의 대화 후 “소리 내어 이름을 말해봐요”라고 주문하는 의사에게 쟝 도미니크 보비는 힘 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만 병실 안의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듯 의사는 더 세게 말해보라고 재촉한다. 아무리 외쳐봤자 소리가 나지 않음을 알게 된 그 순간 쟝 도미니크 보비는 침묵에 빠진 자신의 육체를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나를 보는 애들 기분이 어떨까? 좀비 같은 게 애비라고…”
유일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두 눈 중 오른 쪽 눈은 염증이 의심되어 무참히 꿰매어지고, 오직 왼 쪽 눈꺼풀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쟝 도미니크 보비는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눈꺼풀을 깜박여 의사소통 하는 법에 점점 익숙해지고, 자유로운 꿈과 희망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멈춰버린 육체에도 자유로운 영혼의 비상을 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던 쟝 도미니크 보비. 그러나 아버지의 날에 병원을 찾은 사랑스런 아이들을 만난 순간, 자신의 처지를 또 다시 비관하기 시작한다. 화려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아이들에게 오른 쪽 눈을 닫히고, 휠체어에 앉은 채 삐뚤어진 입으로 침을 흘리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두려운 쟝 도미니크 보비는 힘겹게 눈을 깜박여 말한다. “나를 보는 애들 기분이 어떨까? 좀비 같은 게 애비라고….” 그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아버지의 볼에 뽀뽀를 하고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환한 웃음을 짓던 아이들이 돌아가고, 병실에 혼자 남은 그의 조용한 독백은 서글픈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슴에 북받쳐 오르는 이 슬픔. 애비라는 놈이… 애들 머리도 쓰다듬지 못하고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하다니…. 하지만 녀석들을 보는 게 어딘가. 웃고 떠는 귀여운 아이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하다.”
“우리 둘 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꼼짝 못하는 신세는 똑같구나”
과거에 대한 후회, 사랑하는 마음, 현실에 이룰 수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책을 쓰기 시작한 쟝 도미니크 보비의 병실에 그의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온다. 늘 그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지 역시 거동이 불편해 아파트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몸이기에 아들의 병실에 찾아갈 수 없고, 전화로나마 안타까움을 드러낼 뿐이다. 수화기를 통해 울먹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깜박여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울지 말라고 달랠 수 밖에 없는 쟝 도미니크 보비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사랑하는 아들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보고싶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래가지고 무슨 말을 하겠어! 말하려고 한 것도 다 까먹었어!”라며 원망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잠수종과 나비>를 관람하는 많은 관객들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명장면이다.
15개월 동안 20만 번의 깜박임으로 130페이지에 달하는 책 [잠수복과 나비] 자유로운 영혼을 담았던 쟝 도미니크 보비. 기적을 이룬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스토리와 뛰어난 작품성으로 지난 2월 14일 개봉 이후 상영관 추가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영화 <잠수종과 나비>는 지금 CGV 강변, 상암, 압구정, 오리, 인천, 서면 6개 극장을 비롯, 씨네큐브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중앙, 하이퍼텍 나다, CQN 명동, 천안 야우리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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