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대통령 선거 문화공약에 대한 민예총 입장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이면 언제나 그렇듯, 비장한 출사표와 함께 표 몰이에 나선 각 후보 진영들은 모두가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선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서로 정치적 입장과 이념의 차이에 따라 그 주장의 출발 지점은 다르지만 결론은 한가지다. 모두가 국가의 지속적 발전과 국민의 삶의 안정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난 수차례의 선거 중에도 우리 국민들의 귀에 못이 박히게 울려 펴졌던 주장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이들 중 누군가에게 정치적 선택을 행해야 하며 이 선택의 근거는 각 후보들이 국정운영 원칙과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중에 제출되는 정책공약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정책이 그 후보들의 원칙과 입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분야에 관해서도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 분야 정책 공약 자체가 부재했던 2002년 이전에 비해 2002년 대선 이후 문화공약이란 별개의 항목이 생겼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편 이것이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권의 자발적 관심의 발로라기보다는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누 차례 강조해왔던 현장 문화예술계의 오랜 노력이 거둔 일종의 ‘학습효과’란 점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문화정책에 대한 수동적 접근은 주요 후보 진영이 내놓고 있는 주요 정책과 정책공개의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모든 후보들은 언론 등 공개적 매체를 통해 문화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럽다. ‘문화입국’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단지 수사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시기는 진부해졌다. 이제는 실천적 대안과 구체적 지향점들을 제시하고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를 불과 열흘도 앞두지 않은 시점임에도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후보들 중 이명박 후보 진영은 공식적인 문화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이회창 후보 진영 역시 대중적 공간에서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시점이나 공개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정책적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후보들은 문화정책을 공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 지향이나 실현 방식을 봤을 때 모호하거나 공약을 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먼저 정동영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는 모습을 갖고 있다. 물론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계승자란 측면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또한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이 상대적으로 역대 정부 중에 긍정적이었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중후반기에 공급형 문화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에 대해 수요형 문화정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은 채 공급형 정책의 틀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정 후보가 문화예술 환경의 빠른 변화와 요구에 안이하게 대처하거나 문화정책의 중요성 자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문국현 후보는 문화공약에 ‘인본주의’라는 후보 자신의 철학적 이념을 담으려했다는 점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문화공약들에 후보들의 이념적 지향이 부족하거나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에 담긴 구체적 정책을 살피면 여전히 구체적 모습에서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제기하고 있는 정책의제들에 담겨있는 문제의식들은 보이나 구체화된 개별 정책에서 드러나는 것은 대체적으로 ‘단지 조성’과 같은 지엽적 사업으로의 협소화이거나 추상적 제안들이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세간에서 비교적 문화공약을 성실하게 준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는 타 후보들이 선거 국면에서 긴급하게 조직된 정책개발단위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비해 권 후보 측은 비교적 오랜 기간 당 내부의 정책연구원의 활동을 통해 문화분야 정책들을 축적해온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노당 뿐만 아니라 여타 정당에서도 당연히 취해야 할 정책생산과정이겠으나 현재는 소수정당에 불과한 민노당 만이 이런 방식으로 정책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란 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과적으로 권 후보의 문화공약은 양과 질의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주장들이 한국 사회의 전면적 변화가 없이는 현실화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또한 선거라는 장이 정책홍보의 측면이 있음에도 국민들이 보다 쉽게 다가가고 설득시키는 지점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정동영 후보 진영과 유사한 정책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문화를 지나치게 산업적 틀에서 파악하는 것은 오히려 정동영후보나 참여정부 문화정책보다 후퇴한 문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으나, (이회창후보 선대본 내부자료를 살펴 본 바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문화정책은 단 3가지 항으로 이루어졌다. ▲문화예산의 대폭확충 ▲국가 핵심산업으로 문화컨텐츠 산업 육성 ▲ 전통문화와 첨단문화의 융합 등이 이회창 후보의 문화정책이다. 이 공약들이 모두 중요하기는 하겠으나, 국가의 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권주자의 정책 제안 치고는 너무 빈약하거나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보들의 문화공약들이 부실한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근본적 원인이다. 언제나 선거철이 그렇듯 제17대 대선도 정책의 대결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 등 구태하고 몰가치한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치는 선거운동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경제중심주의적 경향은 문화, 환경, 인권 등 국민의 삶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정책의제들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국민이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책선거로 가지 못한다는 변명은 구차스럽다. 정치권은 국민이 왜 각 후보들의 공약에 무관심한 것인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지난 과거 치러졌던 숱한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었는가, 국민의 삶에 얼마 만큼의 긍정적 변화를 주었는가 반성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더불어 국민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 지향과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 그리고 실천의지를 지금 내세운 공약들이 담보하고 있는지 재삼 숙고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정치사회에 권고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수사적 표현을 걷어치우고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어떤 가치를 진작시키고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제시하기 바란다.
2007년 12월 11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웹사이트: http://www.kp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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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자료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가(이) 작성해 뉴스와이어 서비스를 통해 배포한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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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5일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