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 성명-‘예술 현장을 위한 역점 추진 과제’에 대한 민족예술인의 입장

서울--(뉴스와이어)--문화관광부(장관 김명곤, 이하 문화부)는 지난 10월20일 ‘문화의 날’ 행사를 맞아, ‘예술인 정책 강화’, ‘창작 기반 조성’, ‘자생력 제고’, ‘산업적 발전’, ‘향유 여건 개선 및 수요 진작’, ‘예술 소통 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예술현장을 위한 역점 추진과제>(이하 ‘역점 과제’)를 발표하였다. 문화부는 ‘역점과제’ 도출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현장 예술계가 제기한 다양한 현안 과제의 대책 마련을 위해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다수 참여 시킨 정책개발팀을 운영하였으며 주요 과제에 대한 별도의 T/F 운영 및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지난 8월과 9월에는 여기서 제기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현장 예술인 및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워크숍’과 ‘문화예술대토론회’를 진행하며 역점 과제 발굴을 진행했다. 일단 이번에 발표된 ‘역점 과제’가 지난 2004년 발표되었던 ‘새예술정책’의 성과와 목표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과 현장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을 폭넓게 수용하려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지속성의 의지와 현장소통을 통한 정책 수립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점과제’를 살펴봤을 때 몇가지 심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우선 큰 틀에서 봤을 때 예술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자기진단의 내용(발표자료의 ‘현황 및 문제점’)과 그것을 토대로 했다고 하는 실제 추진 사업의 연계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게 된다. 과연 진단에 대해 정확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하고 있는가. 단지 문제의 핵심을 피한 채 나눠주기 방식으로 예술계의 입을 닫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예를 들어 ‘역점 과제’ 중 하나인 ‘예술인 복지 증진 노력 지원’을 보자. 현황 및 문제점으로 ‘예술활동의 특수성으로 인한 사회적 기본 보장 정책에서 소외’와 ‘창작지원과 수요자 지원 정책 중심으로 예술인 복지 지원 정책 미약’을 꼽고 있는데 향후 추진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장르에 국한된 사업 만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나눠주기 방식의 사업은 다른 역점과제의 추진 사업에서도 반복된다. ‘국공립 공연장 및 예술단체 기능 특화 확대’의 경우에도 현황 및 문제점으로는 ‘공연장과 예술단체, 예술단체 간의 협력관계의 고립·단절’을 꼽고 있으면서도 가장 주요한 추진 사업으로는 국립공연연습장(165억)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한 회피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개선’에서 또다시 보인다. 역점과제 안에서도 인정하고 있지만 문예진흥기금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 중 가장 시급한 부분은 모금 폐지로 인한 재원의 불안정성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계약’ 체결이나 ‘성과평가계획 수립’과 같이 기존의 기금 사업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 어떤 방식의 재원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문예진흥기금 사업확대를 재원 불안정성의 원인으로 제기하는 것 역시 기만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지원 사업구조가 지나치게 난삽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사업 구조의 단순화가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부와의 사업 영역 구분 및 합리적 사업방향의 모색이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실질적으로 문예진흥 사업예산의 규모확대가 기금 고갈의 원인이 될 만큼 눈에 띄게 이루어진 적이 있었는가. 기금 안정성의 문제가 단순히 ‘아껴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원사업 합리화라는 미명 하에 문예진흥사업에 대한 일방적 축소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런데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한쪽에서는 이런 합리화를 빙자한 축소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부설 기구 설립 및 기존의 부설 기구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점 추진과제에서 새롭게 거론된 기구만 해도 ‘(재)기업문화마케팅센터’, ‘(재)디자인문화진흥원’, ‘(재)한국미술문화진흥재단’, (가칭)‘예술산업발전위원회’ 등이 있다. 또한 기존 예술경영지원센타의 경우에는 아트마켓 운영, 전문예술단체법인제도 운영,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컨설팅 등 현장 지원 사업 외에 예술 분야 평가 사업을 통합하여 맡긴다는 계획이 발표되어 있다. 물론 현장의 요구와 관련 분야 사업의 집중 추진이란 점에서 기구 설립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총량예산제 실시와 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화 이후 문화부의 각 실국들이 ‘직접관리’가 가능한 산하 기구를 설립하여 예술현장과 관련 예산에 있어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로 하여금 평가 사업을 통합 운영하게 하는 것 역시 그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일 이것이 평가를 통해 예술진흥사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공식화시키는 것이라면 예술현장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은 ‘창의한국’과 ‘새예술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민간자율’을 핵심으로 한 문예진흥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미 숱하게 거론된 바 있지만 정부 주도의 문예진흥정책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이미 그 효율성과 성과의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참여를 통한 정책형성이란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핵심과제’들 안에서는 이미 합의를 통해 새로운 예술정책의 구성원리로 제기되었던 민간자율의 원칙이 무시되고 있으며 진단과는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전히 문화부가 정부 주도 정책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민간 참여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간의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했던 다양한 예술현장의 구성원들을 한낱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문화부는 사업의 추진에 앞서 민간자율성이라는 대원칙으로 돌아가서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를 실시하라. 또한 이 과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실시함은 물론이며 분야별 나눠주기 식으로 문제를 봉합해 버리는 태도를 지양하고 문화예술 현장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는 방향에서의 정책 전환 및 실시를 신중하게 검토하라.

2006년 10월 23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웹사이트: http://www.kp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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