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의 감식 및 감정을 위한 비망록

서울--(뉴스와이어)--최근 가짜 미술품과 감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글은 1999년경에 <고서화의 감식 및 감정을 위한 비망록(http://kr.blog.yahoo.com/bibliophily2000/23.html)>이란 제호로 발표한 글을 현대 서화의 감식 및 감정에 적용하여 수정한 글이다.

1. 서화의 완벽한 감정은 가능한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서화의 완벽한 감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모든 작가의 작품을 감정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감정할 줄 모른다는 말과 같다. 감정가 각자가 자기의 전문적인 연구분야를 가지고 감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감정은 상대적(相對的)인 감정이다. 서화의 진안 여부(與否)는 불변(不變)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진품(眞品: 眞作)이 오늘은 안품(가짜)으로 판단되기도 하고, 어제의 안품이 오늘은 진품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이는 서화의 진안 여부는 변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미술품의 감정이 상대적인 감정이고, 그 만큼 작가론이나 회화론이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2. 서화의 감정은 누가 하여야 하나?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일부 전문평론가들과 특정 미술상인들, 그리고 소수의 미술애호가들과 그 작품을 창작한 작가나 그 제자나 자녀들 사이에서 미술품 감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미술상인이나 평론가는 자기의 전문 분야가 없이 회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감정하려한 적도 있었으므로, 그 경우에는 중요한 특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감정결과가 제 각각 나오기까지 하였다. 아울러 우리는 이중섭의 경우에서 작가의 아들이 부친의 가짜 유통에 개입하려한 믿을 수 없는 예를 본바도 있다. 공정한 감정업무는 서화의 각 장르나 특정작가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 평론가들과 양성된 감정 및 감식가들, 그리고 특정작가의 제자나 가족의 의견이 참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감정만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나 연구회가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감정을 국가기관에서 해서는 안된다.

3. 감정가는 어떠한 공부를 하여야 하나?

현대 서화를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감식 감정하는데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사만 공부해서는 안된다. 우리 미술과 영향을 주고 받은 다른 나라의 현대 미술사도 어느 정도는 섭렵하여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작가의 미술인식 및 삶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4. 감정가 양성이 어렵지 않나?

그렇지 만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품의 감식 및 감정이라는 것은 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여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항시 인식하는 것이다. 서화에 대하여 30년간 공부를 했어도 감식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10여년 만에 놀랄만한 감식력을 갖춘 사람도 있다. 누구도 미술에 대한 공부를 완성하고 있지를 못하다. 미술에 대한 공부를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역사 앞에 매우 교만한 사람이다. 우리는 문화 앞에 겸손히 마음을 비우고 있어야 미술품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 미술사를 역사학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연구해온 기간은 매우 짧다. 현대 미술사를 형성 및 발전시켜온 기간은 더욱 더 짧아, 이제 비로서 시작인 듯한 감이 든다. 서화에 있어서 감식 및 감정은 어려우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감식 및 감정이 어렵다는 이유는 특정화가의 작품에 대하여 감식하고 감정할 충분한 연구가 우리 회화사학계에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며, 그러면서도 감식과 감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특정작가의 작품은 연구에 이용할 가치가 없으므로 감식과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5. 서화 감식 및 감정법을 배우는데 대하여....,

서화의 감식 및 감정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추사 김정희는 "서화의 감상은 금강역사와 같은 눈(부릅뜬 눈)과 혹독한 관리의 손, 일의 실상을 조사하여(審問?) 듣는 귀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고 그 어려움을 강조하였다. 서화를 감식 및 감정하는 방법론은 회화사 연구를 위한 방법론과 같다고 할 수가 있으며, 어쩌면 이 보다 한 단계 위에 선 작업이다. 그러나 서화의 감식 및 감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여 우리의 소중한 미술품에 돌이킬 수 없도록 상처를 내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민족의 역사와 문화 앞에 죄를 짖는 행위이다. 모르면, 차라리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감식 및 감정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바로 하고 공부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 문화를 바로 보는 안목을 세워야 한다. 교만과 욕심으로는 미술품을 올바로 평가할 수 없다.

6. 감정에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감정해야 하나?

문제는 일부 미술평론가이든, 상인들이든, 극히 소수의 미술애호가이든, 특정 작가의 작품 감정의 기준이 제 각각이며, 아직 우리 나라에는 정론화된 서화 감정방법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과학적(科學的)인 감정기준(鑑定基準)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감정기준이 없이 다만 육안(肉眼)으로 감(感)에 의존한 감정을 하고 있으며, 경매사에서도 그런 주먹구구식 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화는 미술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인 감식·감정을 하여야 한다. 서화의 감정에 있어는 "소설 쓰기 식"의 비약적인 상상에 의한 감정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감식 및 감정을 하려면 우선 주요 근거와 보조적 근거를 모두 검토하여야 한다. 감식 및 감정에 있어 주요 근거란 작가가 즐겨 구사했던 화풍이라든가 필치, 그리고 작가의 사상 및 철학, 학력 관계, 개인적 면모 및 생활 등등을 의미하며, 반면에 보조적 근거란 그림을 이루고 있는 바탕이라든가 물감 등의 재료적 측면과 관지나 제발, 화평 등등을 의미한다. 서화의 감식 및 감정에서는 이러한 주요 근거와 보조적 근거에 대한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인 검토가 감식 및 감정 결과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랜 경험과 끊임없는 탐구, 그리고 논리적 사고(思考)가 지속될 때만 감식 및 감정의 권위를 높여 줄 수가 있다. 그리고, 서화의 과학적 감정을 위하여 감식 및 감정가들은 대비 표본과 통계 등등을 나름대로 확보해 가지고 있어야 한다.

7. 감정을 위하여 시급히 개선하여야 할 점이 있나?

있다. 과학적 감정론이 연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신(新) 과학적 감식 및 감정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신 과학적 감식 및 감정이란 서화의 감정법에 과학적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그림에 대한 적외선이나 엑스선의 촬영이라든가 전자현미경이나 컴퓨터 스캐너의 사용 등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 기재를 사용하여 자료를 확보한다고 해도 이를 비교하여 분석할 때 기준으로 사용할 표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못하다. 표준 데이터는 한 두점의 과학적 분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수백 수천 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나온 통계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서화를 감정할 때는 ①그림을 이루고 있는 바탕이라든가 물감·표장 등등의 재료적 측면과 ②그림이 보여주고 있는 화풍이라든가 관지 등등의 이론적 측면에 대한 검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8. 가짜 서화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우선 만든 그림의 수준에 따라 ①모본(摹本: 실물을 複製한 가짜: Copy)과 ②임본(臨本: 실물을 변화시켜 모사한 가짜: Transcript), 그리고 ③방본(倣本: 실제 화풍을 모방한 가짜: Imagined reproduction)과 ④조본(造本: 완전히 새로 만들어낸 가짜: Extreme fake) 등이 있는데, 우리 나라의 가짜 서화는 대개가 임본과 방본이다. 모본이나 조본은 쉽게 가짜임이 들통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흔히 시도하지 않는다. 또한, 작가의 낙관이나 서명에 따라 ①개관(改款, 換款: 낙관이나 서명을 바꾸어 변조한 그림: Changing signature)한 가짜가 있고, ②후첨관(後添款, 添款: 작자미상의 작품에 낙관이나 서명을 첨가한 그림: Adding the signature later)이 있습니다.

9. 가짜 서화는 전혀 가치가 없나?

요즘에 만들어진 가짜 서화는 전혀 가치가 없다. 그러나 당대에 작가의 요구에 의하여 측근이 대필된 작품은 나름대로의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여야 한다.

10. 가짜와 진짜를 판단하는 갈림길은 무엇인가?

특정 서화가 안작(가짜)이냐 진작(眞作: 진짜)이냐 하는 판단의 갈림길은 "작가와 시대를 속이는 작품이냐?" "작가와 시대를 속이지 않는 그림이냐?" 하는 것의 차이이다.

11. 가짜를 피하는 길이 있나?

물론 있다. 대개의 경우 가짜에 속는 이유는 좋아 보이는 물건을 싸게 사려는 욕심 때문이다.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애호보다 욕심이 앞서서는 안된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은 좋지만 그 욕심에 눈이 가리면 가짜를 비싼 값에 사게 마련이다. 좋은 품목은 경매에 아무리 싸게 내 놓아도 경합이 붙어 가격이 치솟게 마련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물건에 대한 안목이 낮아야 경합이 덜 붙는 것이기에 초보자가 경매에서 헐값에 미술품을 살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다. 초보자이든 전문가이든 처음부터 횡재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좋은 작품을 입수하게 되는 비결이다. 경매사에서도 출품자의 안목과 수집품의 면모에 대해 살펴 보아야 한다. 양질의 미술품은 양질의 수집가에게서 나온다. 닭 100마리에 학 1마리가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12. 가짜를 그린 화가가 양심선언을 한다면.....,

그것은 양심선언이 아니다. 양심이 있다면 애당초 가짜를 그리지 말아야지. 가짜를 그렸다고 해도 이미 중단했어야지. 가짜를 그린 화가가 양심선언이라는 구실로 말을 한다면, 그것은 양심선언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하는 흑심선언이다. 실제로 이른바 위작가의 양심선언이란, 위작가가 자신의 가짜 그림 값을 올리는 한 방법이다. 양심선언이라는 깨끗한 말은 그런데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건 양심선언이란 단어에 대한 모독이다.

고려미술연구소 개요
고려미술연구소는 미술과 문화재를 연구하는 사설 연구소이다

웹사이트: http://kr.blog.yahoo.com/onekorea

연락처

고려미술연구소 이메일 보내기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