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상권 어떻게 변화할까
그도 그럴 것이 동대문 쇼핑타운은 전통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색, 대단위 도매상권이 강점인데 도매상권을 배재한 획일적인 상품판매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부동산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유명 쇼핑몰의 1층 에스컬레이터 옆자리의 로열 점포도 여럿 매물로 나왔지만 거래가 쉽지 않다. 현재 밀리오레나 헬로APM의 최고 ‘꽃’ 자리의 매매가는 4억 임대료는 보증금 3000~4000만원에 월세 250만~260만원선으로 동대문상권의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초반보다 많게는 절반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이렇게 팔리지 않는 점포들은 경매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미 올해에만 ‘밀리오레’ ‘헬로우APM’ ‘누존’ ‘시즌’ ‘올레오’ 등의 쇼핑몰에서 100여개의 점포가 경매 시장 물건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경매시장에소도 동대문 쇼핑몰 점포는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대문 누죤상가도 유찰만 반복하고 있을 뿐 낙찰자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쇼핑몰이 경매시장이나 투자자 외면이유는 독립경쟁력보다는 건물전체의 경쟁력에 좌우되는 성격상 전체상가의 운영노하우에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오픈형 상가가는 한 점포라도 비었을 경우 고객들이 찾지 않아 층 전체가 매출 타격을 받고 있다.
▶ 동대문 상권이 쇠락하고 있는 이유는?
동대문 점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에는 크게 3가지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상가 공급과잉의 문제이다. 중소 패션기업들이 모여 패션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동대문 패션타운은 IMF 초기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밀리오레와 두타 등 소매상권의 부활을 기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벨리’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뚜렷한 차별화 전략 없이 밀리오레 두타와 같은 의류 쇼핑몰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특히 신흥상권인 동측 상권은 공실률이 증가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현재 동대문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거나 개점을 준비중인 쇼핑몰은 신흥서부상권, 현대식 동부상권, 평화시장 등의 기존상권을 통털어 그 점포수가 3만2천여개에 이른다. 이중 20%를 넘는 점포가 공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공급 초과 현상은 자연스럽게 상인들의 출혈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패션TV, 굿모닝시티, 맥스타일 등의 신규 대형 쇼핑몰들이 앞으로 들어설 예정이어서 공급 초과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1만여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쏟아낼 예정이어서 차별성없는 의류 쇼핑몰의 공급과잉에 관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러시아 등 외국인 의류 구매건수 감소와 지방의류점 등 중간 상인들의 활동이 줄어든 것도 동대문 쇼핑몰 침체에 일조를 하고 있다. 소매업 침체 등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근근이 이어오던 외국인 구매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동대문 외국인 구매 안내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의 외국인 구매 알선 건수가 지난해 비해 6.6%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인들의 구매 건수가 45% 급감했다. 러시아 상인들의 구매 건수는 아예 1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셋번째는 차별화된 제품 공급과 상가 컨셉이 획일화 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저가형 내셔널 브랜드나 등장과 인터넷 쇼핑몰 이용 등으로 동대문 쇼핑몰의 물건과 같은 디자인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특화된 상품판매 전략이나 쇼핑몰 상품 구성의 차별화 없이 획일적인 보세 의류 판매로 인해 어느 쇼핑몰을 가도 ‘거기가 거기’인 뻔한 상품이 소비자게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상황이다. 결국 기존 쇼핑몰의 답습으로는 더 이상 성공적인 쇼핑몰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동대문 상권이 또 한번의 부흥기를 맞기 위한 과제는?
무엇보다도 차별화된 컨셉의 쇼핑몰의 구성이 시급하다. 이미 동대문 쇼핑몰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 쇼핑몰과 재래시장 일색인 동대문상권에 백화점과 아웃렛이 들어설 계획이 추진중이다.
패션쇼핑몰로 올해 6월 오픈 예정이었던 패션TV는 백화점으로 개점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TV는 현대아이파크백화점과의 협업을 통해 백화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분양자들과의 합의가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리뉴얼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TV가 백화점으로 리뉴얼할 경우 동대문 상권에 처음으로 브랜드몰이 생기게 되는 것.
지난해 오픈했던 라모도는 패션 아웃렛몰로 지난달 재오픈했다. 지난해 봄 오픈했다가 저조한 입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라모도는 현재 영업을 중단하고 아웃렛으로의 전환을 모색 한 것. 최근 신세계 출신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이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나섰다.
또 지난해 말 오픈한 도매쇼핑몰 ‘나인플러스’도 지하 3층∼지상 8층 건물에 ‘폴로나이즈’ 등 브랜드 의류점을 입점시키며 브랜드패션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영세브랜드들로 대표되던 동대문 상권에 브랜드의류가 본격 선보이게 됨으로써 수요층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시적으로는 획일화된 쇼핑몰의 문제점 해결과 업종 구성의 차별화로 각각의 쇼핑몰이 갖는 색이 선명해지면 상권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거시적인 측면으로는 서울시가 발표한 동대문운동장 2만7000평과 주변을 녹지공원과 디자인 클러스터 산업 단지로 바꾼다는 계획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심어진 이 일대 상권을 강남 코엑스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이 사업을 통해 동대문운동장 일대를 서울의 도심 재창조를 위한 거점공간으로 삼고, 하천복원과 공원 조성을 통해 외국인의 관광코스로 만들게 되면 이 일대 패션사업도 크게 부흥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주변 쇼핑몰들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하철 및 디자인 콤플렉스와 연계해 지하로 연결하는 지하공간 활성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여서 이러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과 패션 클러스터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다면 동대문 일대 상권은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업추진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적어도 10년은 걸리는 장기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수출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내수시장만이 아닌 수출 등 해외시장에 나서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표는 일본, 동대문, 중국간의 제품 경쟁력을 비교한 것이다.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기까지의 각 설정범위 소요시간인 리드타임이 동대문의 최대 강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강점을 잘 살려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며 수출사업은 동대문 패션산업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향후 5년 동대문상권은 어떤 모습일까?
동대문상권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간다고 해도 명동 신촌 등의 상권과는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신촌과 명동 등의 상권이 갖추고 있는 위락시설 등이 동대문 상권에서는 조성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과 동대문운동장 공원 조성 사업 등으로 외국인의 관광코스 등이 조성되고 동대문 상권이 크게 성장하게 된다면 위락시설이 형성되는 등 상권자체의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동대문 상권은 무엇보다 도매기능을 갖춘 도소매 형태의 전문화된 의류 쇼핑몰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동대문 패션산업의 문제점을 깨고 수출확대와 상권고급화 등을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먼저 서울시 중소기업지원 전문기관인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는 동대문패션상권 수출자문단을 구성ㆍ투입해 해외통상 기반구조가 취약한 동대문패션상권에 다양한 수출마케팅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개별 업체의 수출을 지원키 위해 일대일 맞춤 통상지원도 실시하게 된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의 FTA가 체결된 멕시코는 섬유분야 대미수출이 2.6배, 캐나다는 4.5배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미 FTA 타결로, 섬유산업이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면서 재도약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새로운 모습의 상가 탄생이다. 동대문 시장은 광장 시장의 1세대형 상가를 시작으로 100년간 4세대에 걸쳐 진화해왔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가 발간한 동대문 백서에 의하면 동대문 시장은 1905년 제 1의 물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제 4의 물결이 이어진 상황. 1세대 광장시장에서 2세대 평화시장, 3세대 아트프라자를 거쳐 98년 밀리오레가 가장 진보된 4세대 모델을 제시하며 현재의 동대문 패션시장에 자리잡았다. 밀리오레 이후 99년 두산타워, 2002년 헬로 APM 등이 4세대 주자로 등장했으며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4세대형 쇼핑몰을 탄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는 5세대형 상가가 등장해야할 시기이다. 중국 및 내셔널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추고 단순 소매업만이 아닌 도매와 수출 산업등의 기능을 함께하는 상가의 모습이야 말로 동대문 상권의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향후 5년 동대문상권은 이러한 변화들이 추진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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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5일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