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애자일 출범 100일, 일하는 방식 혁신 나타나기 시작”
직원들, 집단지성 통해 자율적 의사결정
스타트업처럼 조직문화 변화
ING생명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그룹의 ‘Squad(분대)’를 꾸려 업무에 대한 전 권한을 부여했다. 임원-부서장-중간 관리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철폐하고 모든 업무를 직급 고하가 아니라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 ‘고객 시각’에서만 판단하도록 했다.
‘PO(Product Owner)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데요?’ 입사 6개월 차의 신입사원이 PO(단위조직의 코디네이터)에게 날카롭게 반문한다. 과제를 놓고 팀원들 간 끝장토론이 벌어진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국내 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요즘 ING생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애자일 조직 도입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매 2주 단위로 목표를 점검하고 작업 목록을 작성해 일을 나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은 매일 오전 9시 모두 일어선 채로 간단히 각자 진행하는 업무계획과 진행상황, 어려운 점, 필요 지원사항 등을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상사의 지시는 일체 없다. 경영진은 전략 목표나 방향(What)을 제시할 뿐, 과제들을 어떻게(How) 실행할지는 직원들이 모두 결정한다.
기능에 따라 부서로 나뉘었던 조직이 업무 과제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한 팀 내에서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의사결정 후 실행하며 실패해도 빠르게 새로운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마치 스타트업 직원처럼 일하는 것이다. 권한이 주어지고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니 의견 개진도 활발해졌다. 분기별로 성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 등의 절차는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 결과 중심으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신상품 준비기간이 짧아진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한 부서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그 결과물을 다른 부서가 차례대로 넘겨받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약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초기단계로 돌아가 완성품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업무처리가 더딜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 때를 놓친 상품을 출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과거 2개월 가량 걸리던 신상품 준비기간은 애자일 도입 이후 3~4주로 대폭 단축됐다. 상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언더라이팅·보험금심사 등 여러 유관 부서가 참여해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고객관점의 문제해결도 나타나고 있다. ING생명은 그간 FC채널 계약유지율 향상을 위해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 개편으로 영업·운영·고객전략 등 부서 간 업무 융합이 일어났고 새로운 개선책 도출에 성공, 이를 시범 시행한 결과 FC채널의 4회차 계약유지율이 직전 3개월 대비 평균 2% 포인트 향상됐다. ING생명은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곧 전체 지점 대상으로 유지율 개선책의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업무에 즉각 반영되니 조직원들의 생각 역시 한층 유연해졌다. 그간 업계에서 휴면고객은 더 이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주요 판촉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그러나 ING생명은 이러한 선입견에서 탈피해 자사 일부 휴면고객에게 접촉, 그중 3%의 고객으로부터 신계약을 창출해냈다.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실행 결과 직원들의 책임감과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며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달라진 근로 환경에서 애자일 방식은 훌륭한 대안이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 애자일 조직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중심으로 스스로 혁신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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