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금융위, 보험사에 정책성보험 출시하라는 갑질 중단해야”
“금융위, 소방관보험, 유병자∙은퇴자 실손보험 출시 강요”
“국정과제에 맞춰 청와대에 성과 보고, 생색 내기용으로 악용”
“과거 정책성보험 실패에 대한 금융위 책임 물어야 할 때”
금융위가 최근에 발표한 정책성보험은 3가지로, 소방관보험, 유병자 실손보험, 은퇴자 실손보험이 그것이다.
소방관보험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이슈화된 후, 지난 8월 30일 금감원장도 소방관보험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소방관이 별다른 인수심사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정부가 별도 예산을 마련하여 초과보험료 50%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방관보험을 시작으로 경찰과 군인 등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직군에 대해 전용보험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라 유병자·은퇴자 등에 대한 실손보험을 도입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병자보험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 현재 판매중인 상품은 수술 1회당 30만원, 입원 1일당 3만원, 암진단금 2000만원 등 미리 약정한 금액을 받는 보장성보험으로 실손보험상품은 없다.
은퇴자를 포함한 고령층 대상 실손보험은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노후실손보험이 있다. 50~75 세(또는 80세)인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다. 보장금액 한도는 연간 1억원까지 확대하는 대신 자기 부담률을 30%(일반 실손은 10% 또는 20%)로 높여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 대비 저렴하다. 정부는 단체실손보험 가입자가 은퇴 후 보장 단절을 막기 위해 퇴직 시 개인실손보험으로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병자보험은 현재 ‘간편심사보험’ 또는 ‘유병자보험’의 이름으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60세 이상 은퇴자 대상 실손보험도 노후실손보험이 현재 존재하므로, 유병자와 은퇴자 실손보험은 기존 보험에 실손만 붙인 ‘무늬만 다른 정책성보험’이라 할 수 있다. 출시 3년간 2만6천명의 가입자에 불과하고 손해율도 140%에 달해 ‘실패 상품’으로 전락된 노후실손보험의 재탕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가 유병자·은퇴자 실손보험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보험사들은 또 희생양이 되고 있다. 금융위는 정권초기마다 정책요리 대상이 보험사이고 금융회사란 말인가. 이것이 전형적인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업 갑질은 문제삼으며 금융위 등 정부의 갑질은 왜 언급조차 없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는 금융위의 갑질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정부의 각종 갑질 행태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
금융위가 주도했던 정책성보험들은 국정과제에 맞춰 추진한 보험들이 대부분인데, 성공한 사례가 없이 실패만 반복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자동차보험, 박근혜 정부의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방지) 보상보험, 메르스보험, 태양광대여사업배상책임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깡통보험’으로 전락됐다. 이에 대한 책임부터 따져 볼 때다.
사정이 이러한데 금융위가 소방관보험에 이어 또 다시 유병자·은퇴자 실손보험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신뢰할 수가 없다. 보험사들은 금융위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출시하겠지만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할 이유가 없고 팔더라도 득이 되지 않으므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가뜩이나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자와 고령층까지 받아 들이면 손해율이 높아져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정책성보험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다. 결국 정책성보험들은 성과 없이 시간과 인력만 낭비하는 셈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매번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국정과제에 맞춰 청와대에 성과를 보고하고 생색 내기용 수단으로 악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질적 병폐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 지적됐음에도 금융위는 고치지 않고 있다.
둘째, 공(公)보험과 사(私)보험을 분별하지 못한 채 정책성보험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성보험은 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는 보험이므로 처음부터 공적 보험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황당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보험사에 떠맡겨 추진하려는 금융위 발상이 잘못됐다. 그래서 예견된 실패이고 출시되더라도 성과가 없는 것이다. 시작 전부터 “정책성보험은 깡통보험…다음은 유병자·은퇴자 실손보험”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셋째, 정책성보험은 가입자에게는 부담이 높고 보험사로서는 수익성이 낮아 유명무실하고허접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시는 됐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의미있는 판매 실적은 드물다.
넷째, 보험사들과 사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 발표, 후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장과 괴리된 내용이 발표되고, 보험사들은 금융위 비위를 맞추며 고통을 감내해 오고 있다.
소방관들에 대한 위험 보장은 정부의 책무이므로 소방관보험은 당연히 정부가 나서서 제공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실효성을 거두려면 처음부터 공적 보험으로 출발해야 한다. 행여 이것이 어렵다면 소방청 내에 자가보험이나 공제 또는 기금 등의 형태로 별도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금융위기 위험인수를 본업으로 하는 민영보험사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인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손해율이 높은 직업군을 일반 계약자들과 한 바구니에 넣어 운영하는 것은 공평성의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
금소원은 금융위는 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정책성보험을 남발하지 말고 민영보험사들에게 더 이상 갑질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은 유병자·은퇴자 실손보험 출시보다 현행 실손보험의 과잉진료 방지와 비급여 표준화, 보험료 산정 등 혁신적 개선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이고 소비자 권익 보호와 피해 구제와 관련된 산적된 현안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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