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비급여 과잉진료 심각, 왜 실효성 있는 대책 없나”
비급여 과잉진료는 실손보험 보험료 상승의 주범
실손보험 가입자 무분별 의료쇼핑과 병∙의원 과잉진료가 문제
복지부·금융위, 제도 정상화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 내 놔야
금소원은 6월 9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병·의원 과잉진료에 대하여 파파라치 신고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신고된 사례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병원에 가면 처음 질문이 ‘실손보험 가입했느냐?’이고, 엑스레이를 찍기도 전에 MRI부터 찍는다. 비싼 치료를 권유하면서 ‘보험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첫날만 의사 진료를 보았을 뿐 그 이후엔 의사 진료 없이 주사치료만 하고 있다. 두통을 호소하며 CT 촬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MRI촬영을 하고 나서는 한 달 뒤 또 CT 촬영을 해보자고 하는 등 과잉 진료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 실손보험 손해율이 2011년 122%에서 2012년 126%, 2013년 131%, 2014년 138% 등으로 계속 증가하자 보험사들은 올해 보험료를 최대 27%까지 인상했다.
고삐 풀린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비급여 과잉진료가 계속 지적되어 왔고, 그 중심에 도수 치료가 자리 잡고 있다. 도수치료는 맨손으로 아픈 부위를 주무르거나 자극을 줘서 변형된 뼈와 관절을 본래 위치로 되돌리는 의료행위다. 문제는 도수치료가 병·의원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 과잉진료로 인하여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도수치료는 비급여항목이므로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통 1회 평균비용은 10만원 선이지만 일부 병원은 20만원 이상을 제시한다. 환자들은 비용 부담을 회피하려고 실손보험을 이용하는데, 이를 간파한 병원들이 환자가 내원 하면 다짜고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이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병원은 수익을 위해 도수치료를 포함한 과잉진료를 하고 환자도 치료비 부담없이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수치료가 과잉진료 및 실손보험료 상승의 주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비급여에 대한 병·의원들의 과잉 진료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업계는 당초부터 실손보험 상품설계가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가입자들만 비싼 보험료를 내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 10명 중 2명만 보험금을 받아서 혜택을 보고 있고, 나머지 8명은 병원 문턱에 가보지 않았는데 매년 보험사가 부과한 비싼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8명이 더 부담하는 보험료로 2명이 버젓이 특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진행되어 여론이 비등하게 되자 금감원 분쟁조정위가 ‘과잉 도수치료는 실손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 발표(2016.9)했고 이에 앞서 금융위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위해 상품구조를 개편할 방침이라며 5월 18일 보건복지부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연말까지 실손보험의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금융위가 기본형과 다양한 특약 방식으로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를 개편한다고 했는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다. 과잉진료가 빈번한 보장을 특약으로 뺀 대신 보험료를 40% 낮춘 실손보험이 나와도 보장 축소와 특약보험료만 인상될 뿐, 비급여항목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근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문제는 3가지 잘못에서 기인
실손보험이 이렇게 된 것은 근원적으로 다음 3가지 잘못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실손보험 상품설계 잘못이다. 실손보험은 비급여에 대하여 전액 보상하므로 비급여 과잉 진료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실손보험은 구조적으로 재정이 파탄날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실손보험에서 지급한 비급여 보험금은 1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2010년 8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19배 가까이 늘어났다. 비급여의 대상과 범위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보험금 지급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은 동일한 보험료를 내더라도 가입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보험금을 탈 수 있다. ‘못 먹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한참 잘못됐다. 보험은 우연한 사고에 대한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므로 가입자 의지에 따라 보험금을 더 받고 덜받고 하는 것은 당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셋째, 병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실손보험을 의도적으로 악용해서 문제다.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실손보험 가입했느냐’다. 환자 진료는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어야 함에도 돈벌이를 위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과잉진료를 의도적으로 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결국 실손보험이 병원의 비급여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구조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3가지 대안 제시
금소원은 실손보험의 문제점 지적과 대안을 이미 제시(2016.4.19)하였고, 금소원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3가지 대책을 제안하였다. 첫째, 실손보험 상품을 변경하여 비급여에 대한 지급한도를 설정하고 급여 부분에 자기부담금을 높이자는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공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처럼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 적용하자는 것이다. 개인별 보험금 수령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거나 덜 내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셋째, 병원의 과잉 진료를 근절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에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과잉진료 병·의원에 대한 제재와 인터넷을 통해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공개하자는 것이다.
◇금융위, 일시적 미봉책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놔야
기존에 발표한 금융위 대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잉진료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비급여항목을 조속 표준화하는 것이 핵심이겠지만, 그 때까지만이라도 금융위가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행여 가입자를 외면한 채 보험사나 의료업계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려 눈치만 보거나 빈껍데기 대책을 졸속 시행한다면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소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현행 실손보험은 침몰 중인 배와 같아서 생존을 위해 항해를 계속하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무거운 짐부터 과감하게 바다에 던져야 한다”며 “제도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시적 미봉책이 아니라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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