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대체거래소 시대의 두 가지 과제’

서울--(뉴스와이어)--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허용된 대체거래소는 거래체결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여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대체거래소가 견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의 최선집행의무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대체거래소 가운데 거래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주문시장을 신중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30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에는 중요한 변화가 많다. 그 가운데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 허용은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래소 독점 체제를 고수하였다. 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거래소는 매매체결 인프라에 투자할 유인이 작기 때문에 거래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국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체거래소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대체거래소가 허용됨으로써 상장주식의 주문을 접수받은 증권사는 모든 주문을 거래소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보다 조건이 더 좋을 경우 대체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하여 거래를 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상장 주식만 대체거래소에서 매매체결을 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향후 채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체거래소의 허용으로 거래체결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고 거래비용이 줄어들면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대체거래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체거래소의 허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증권사의 최선집행의무와 거래체결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주문시장(dark pool)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두 가지 모두 앞으로 제정될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인데,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일반투자자들의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거래비용 감소와 거래 원활화 기대

먼저 대체거래소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 현행 체제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거래소 독점 체제에서는 모든 상장주식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하고 거래소는 주문을 집계하여 가격을 발견한 뒤 거래를 체결한다. 현 거래소 독점 체제에서는 다른 기관이 매매체결을 하는 것이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이번에 허용된 대체거래소는 기존의 거래소와 동일하게 가격발견기능과 매매체결기능을 가질 수 있다. 반면에 상장심사 기능과 시장감시 기능은 기존의 거래소가 계속 가지게 된다. 대체거래소가 허용되면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매할 때 반드시 거래소를 통해서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거래소를 통해서도 매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증권사들은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거래조건을 비교하여 투자자에게 유리한 곳에서 거래를 체결해야 한다.

거래소에서 거래가 체결되면 투자자들은 거래소 수수료와 증권사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체거래소에서 체결되면 대체거래소 수수료와 증권사 수수료를 지불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거래소와 증권사 수수료는 저렴한 편이다. 증권사 수수료는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하여 2000년 21bp에서 2012년에는 9.3bp로 하락하였으며, 거래소의 수수료 역시 2000년 0.8bp에서 2012년 5월에는 0.23bp로 하락하여 수수료 그 자체는 저렴하다.

대체거래소의 경쟁이 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수수료를 더욱 낮출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암묵적인 거래비용의 하락 효과가 클 것이다. 암묵적인 거래비용은 매수-매도 스프레드와 거래체결 시간, 시장충격 비용(market impact cost) 등을 포함한다. 거래소간 경쟁으로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면 체결시스템이 개선되고 거래체결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거래체결 시간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5ms, 우리의 한국거래소는 4ms인데 반해 대표적인 대체거래소인 Chi-X는 0.2ms에 불과하다. 또한 호가단위의 경쟁으로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거래비용의 감소와 자본시장의 효율성 개선은 투자자들의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대량매매를 활성화 해준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면 대량보유자들은 매각 시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해야 하고 그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다.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면 대량보유자의 손실폭을 줄일 수 있으므로 대량보유의 유인이 커진다. 특히 비공개주문시장은 대량매매를 원활하게 해 줄 것이다. 대량매매의 활성화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진다. 먼저 유상증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량 매수자가 많아져서 자금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량매각에 따른 할인매각 문제가 감소되면서 적극적으로 매수할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의 유동성 증가는 M&A 시에 필요한 대량매매의 비용을 감소시켜 M&A 시장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외국의 경험과 내부주문집행

거래소 간 경쟁은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대체거래소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1998년에 Regulation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를 제정하여 대체거래소를 본격적으로 허용하였으며, 2000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소집중의무를 폐지하였으며, 2007년 Regulation NMS(National Market System)를 통해 대체거래소와 거래소 간에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하였다. 특히 Regulation NMS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체거래소가 성장하여, 미국증권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체 주식거래 중 대체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36.2%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대체거래소 발전에 자극을 받은 유럽도 2007년 자본시장지침 Ⅰ(MiFID Ⅰ)을 제정하여 거래소 집중의무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대체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지만, 향후 자본시장법이 다시 개정되어 증권사가 대체거래소를 통해 매매를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체적으로 내부주문집행(systematic internaliser)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거래체결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내부주문집행이 허용되는 다른 나라에서는 대체거래소뿐만 아니라 대형증권사도 거래소와 경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 스위스와 같은 미국과 유럽의 대형 증권사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주문집행을 통해 거래체결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세계 거래체결 시장에서는 거래소와 대체거래소, 글로벌 투자은행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최선집행의무(best execution)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필요

그러나 대체거래소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대체거래소의 허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체거래소를 구체적으로 규제할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적절하게 제정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먼저 증권사가 부담할 최선집행의무를 적절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최선집행의무는 거래소와 대체거래소 가운데 어디에 주문을 제출하는 것이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인데,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미국은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는 반면 유럽과 일본은 증권사에게 넓은 판단 권한을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사가 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매매가격 가운데 가격이 가장 유리한 거래를 체결하면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하는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거래소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증권사가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증권사들이 자신들이 기준을 만들어서 다양한 거래조건을 고려할 수 있고 이를 고객들에게 공지하면 된다. 2005년 최선집행의무를 도입한 일본도 비슷하다.

그런데 제도는 비슷하지만 유럽의 증권사들은 최선집행의무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대체거래소에서 적극적으로 매매를 체결하여 대체거래소가 빠르게 성장하였다. 반면 일본 증권사들은 거래 체결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대체거래소보다는 기존 거래소인 동경증권거래소 등에 대부분의 주문을 제출하여 대체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기존 거래소가 거래체결의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일본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에 주문을 내기를 꺼리고 있다. 결국 증권사에 광범위한 권한을 주고 있는 법률과 증권사의 소극적인 자세가 결합되어 대체거래소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판단을 증권사에게만 맡길 경우 대체거래소 제도의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최선집행의무를 위반할 경우 단순히 자본시장법 위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배임죄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최선집행의무가 미국처럼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거래의 법적인 안정성도 보장되고 대체거래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처럼 증권사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증권사가 가격을 기준으로 대체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하는 경우와 거래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하는 경우 모두 보기에 따라서는 최선집행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사안이 중대할 경우 형사처벌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배임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증권사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기 보다는 시행령에서 구체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대체거래소의 발전과 증권사의 법적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주문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비공개주문시장의 허용범위이다. 대체거래소에는 거래조건을 공개하는 일반적인 대체거래소(lit pool)와 거래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주문시장이 있다. 비공개주문시장에서는 거래조건과 주문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일부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알려주어 거래가 체결된다. 금번 자본시장법 개정에서는 비공개주문시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거래조건의 공개 범위를 정하도록 하였는데, 시행령에 따라 비공개주문시장을 허용할 수도 있고 금지할 수도 있다. 비공개주문시장을 허용할 경우 비공개주문의 허용 범위 역시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거래량이 특정 주식의 5% 이하일 경우 거래체결 이전에 거래조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거래체결 이후에도 거래조건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비공개주문시장을 허용하고 있다. 유럽도 비공개주문시장을 허용하고 있다

비공개주문시장은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비공개주문시장은 장외대량매매의 제도화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대에 기여한다. 모든 주문을 공개한다면 대량매매는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어 시장충격비용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대량 매도 주문을 제출하고 제출된 주문이 공개된다면 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매도자는 손실을 볼 수 있지만, 비공개주문시장에서는 이러한 시장충격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는 대량매매가 대부분 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드는 단점이 있다.

2009년 기준으로 거래소의 총거래에서 대량매매비중이 1.4%에 불과하며, 전체 대량매매 중에 정규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중은 12.7%, 시간외대량거래는 87.3%에 이를 정도로 거래소는 대량매매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공개주문시장이 발달한다면 거래소가 제대로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대량매매의 체결을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비공개주문시장은 부작용도 있다. 비공개주문시장은 주로 대량보유자인 기관투자자들이 이용하는데, 비공개주문시장의 과도한 성장은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격차를 야기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비공개주문시장에서 매매를 체결하고 거래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거래소와 공개형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일반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을 파악하지 못하여 이중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자본시장 투명성이 낮아지면 비공개주문시장의 주문을 파악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고 이는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서 떠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중소형주 보유 성향이 높은데,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은 이들 기업들 자본비용을 높여 자본시장의 양극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09년 거래체결 이전에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주문을 거래량의 5%에서 0.25%로 낮추어 공개범위를 넓히고, 비공개주문시장이라 하더라도 거래가 체결된 이후에는 모든 거래를 공시하는 규제를 제안하였지만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존 거래소들은 자신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비공개주문시장이 전체 거래시장의 투명성을 낮추고 있다는 이유로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비공개주문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2012년 제정되어 현재 회원국들이 법률로 만들고 있는 EU의 자본시장지침Ⅱ(MiFID Ⅱ)는 비공개주문시장에 대한 규제를 과거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비공개주문시장을 둘러싸고 기존 거래소와 감독당국, 비공개주문시장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비공개주문시장은 자본시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성장은 자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체거래소 시행 초기에는 제한적으로 비공개주문시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허용된 대체거래소는 향후 건실하게 성장한다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최선집행의무를 제대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체거래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비공개주문시장의 과도한 성장으로 인한 자본시장 투명성 악화와 양극화 문제점도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제정될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이러한 두 가지 과제를 적절히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문병순 선임연구원 www.lgeri.com]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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