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에서 교장으로…두 번째 도전 오성삼 건국대 교수

- 정년퇴임과 함께 인천 송도고교 교장으로 제2인생 스타트

서울--(뉴스와이어)--대학교수 재직시절 이례적으로 고교 교장을 맡아 ‘고교로 간 교수’로 잘 알려진 건국대 사범대학 오성삼 교수(교육공학)가 정년퇴임과 함께 또다시 고교 교장으로 초빙돼 두 번째 고교 ‘교육현장 혁신’에 도전한다.

오는 8월31일 정년퇴임하는 건국대 사범대학 오성삼 교수(65, 교육공학). 그는 요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30년 넘는 교직생활 기간 중 지난 25년간 건국대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해 왔다. 교수시절 세 차례에 걸쳐 교육대학원장을 맡았고,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정년퇴임과 함께 국내에서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으로 초빙됐다.

그는 다음달 시작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의 교장 취임을 앞두고 향후 4년간 추진할 또 다른 학교현장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장 공모에서 21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임된 그는 “입시학원이 아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학교,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만약 교장을 공개모집하는 이유가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특히 일류대 진학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지금의 저는 부적격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외면 할 수 없는 인문계고등학교의 대학진학의 문제는 교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교수-학습지원 체제를 강화 함으로 해결해 나가겠지만, 교육학 교수 출신 교장의 꿈은 송도고등학교 입학자들의 성적 하위 25% 학생들의 담임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오 교수는 두 번째 도전하는 고등학교의 교장 역할이 과히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교직생활 30년 가운데 25년을 건국대에서 교육학을 강의한 오 교수는 교수 시절 여러 보직을 맡으면서도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아닌 뒤처진 이들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 교육’에 주안점을 둬왔다. 오랜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해 온 그의 교육학 이론들이 고등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검증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교육계의 관심사다.

8년 전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의 첫 번째 교장시절, 대학입시 준비에 시달리는 고교생들에게 학교생활의 여유를 찾아주기 위한 90분간의 긴 점심시간을 시작한 것은 당시 서울시내 인문계고등학교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30분은 점심식사, 60분은 하루 일과 중 학부모나 교사 등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학생들 개개인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장해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성장기 고등학생들의 조이는 불편한 여름 교복을 활동이 간편한 티셔츠형태로 바꾸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색상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4가지 색의 티셔츠가 디자인되었기에 건대부고의 여름교복은 ‘유니폼’이 아니라 ‘멀티폼’이라고 불렸다. “학교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등굣길의 풍경도 달라졌고, 1천8백여명의 남녀공학인 건대부고 학생들의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 아침이면 그야말로 코스모스 밭을 연상케 했다”고 말한다. 학교현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은 가정에서 학교이야길 꺼낼라치면 시큰둥하던 학생들이 부모님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나게 이야길 꺼낸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활기를 찾고 즐거워지면서 건대부고의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교소식을 전하는 ‘건대부고 소식지’의 창간은 그가 떠난 후 시작된 서울시 고교 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연거푸 서울지역 최고 지원경쟁률을 기록하는 초석이 되었다.

그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교육대학원장의 보직을 맡으면서 몇 가지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괄목할만한 것은 교원양성과 재교육을 목표로 하는 교육대학원의 특성에 맞춰 초중고등학교 교사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지닌 일선 교사들을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교수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학교현장에 취약한 교수들만의 교육대학원 운영보다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우수한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일정비율 강의를 맡김으로서 현장중심의 교육대학원 운영을 시도한 것이다. 교육대학원생들의 4주간 교육실습 역시도 국내 학교들만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해외에서의 교육실습의 문호를 열어 놓았다. 교직의 국제화 뿐만 아니라 날로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과 학부모를 이해해야 할 예비교사들에게 외국에서의 교육실습을 통해 미래형 교사를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 분포한 12개 국가의 학교들과 교육실습협력학교를 체결해 실습생들을 파견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90년대에 ‘일요대학’을 열어 매주 2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문화를 무료로 가르치고 건국대병원의 협조로 무료진료를 제공했다.

이런 교육철학의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생활이 자리 잡고 있다. 고향에 어머니를 두고 혼자 상경한 그는 대학시절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대학교 정문 앞에서 지나간 입학시험 문제지를 등사지로 밀어 팔았고, 방 한 칸이 없어 밤이 되면 잠자리를 찾아 빈 강의실을 옮겨 다녔다. ROTC 임관을 앞두고 가난 때문에 얻은 병마로 장교 임관에 탈락해 훗날 3년 가까이 사병으로 복무했고, 대학원은 군 제대비 5,000원을 몽땅 털어 입학원서를 사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유학의 꿈을 품고 미국 일리노이대에 합격했지만 비행기 표를 마련할 돈이 없어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입양되는 아이들을 하와이까지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미국 땅을 밟기도 했다. 건국대에서 농업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딴 뒤, 일리노이 대학에서 교육정책 평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 평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수재단장학금과 월드비전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였고, 미국 일리노이대와 플로리다주립대에서는 조교 장학금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채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 국제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서울특별시 하이 서울(Hi Seoul) 장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어려운 대학 시절 4년 동안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 장학금을 어려운 후학들을 위해 이자까지 후하게 붙여 돌려주는 ‘되돌림 장학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 교수는 “학생들 모두 월등한 성적과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학교교육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인정받는 ‘다품종 소량 생산’식의 교육 시스템이 정착돼야 행복한 교육이 확립되고, 이것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송도고교에서의 교육혁신 계획

건대부고에서처럼, 대학입시 준비에 지쳐가는 학생들에게도 여유를 찾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입시 준비에 다소 여유가 있는 고1학년생들은 하루일과 중 오후 3시부터 30분간 전 학년이 담임선생님과 교실에서 ‘티타임’을 갖도록 추진하고 싶습니다. 나른한 오후, 잠시 책을 덮고 학생과 교사가,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차 한 잔의 여유를 통해 고등학교 저학년 시절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주고, 요즘 우리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문제도, 인성교육의 문제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1학기와 2학기 중간고사기간을 수요일에 끝나도록 일정을 조정해 학기 중간에 ‘목금토일’ 연 4일을 쉴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미국의 학교들에서는 중간고사가 끝나면 ‘Teacher‘s Planning Day’라고 하여 하루 쯤 학교를 휴교하고 시험준비에 지친 학생들을 쉬게 해 줍니다. 우리네 인문계고등학교들의 연간 학사운영이 너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쉼을 통한 재충전과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교육현장도 공부시간의 양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을 통한 효용성과 교육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때입니다. 잠이 부족한 학생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는 기간으로, 학기 중 밀린 공부를 보충하는 기간으로, 고졸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학교 주선으로 취업희망 기관 방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신에 방학이 2일 정도 줄어들 수가 있겠지만 학교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학교 현장에도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창의’와 ‘인성’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가두어 놓고 창의적인 생각과 인성에 대한 생각의 틈조차 주지 않고 뺑뺑이 돌리듯 하면서 어찌 창의 교육이 이루어 질 것인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여유와 조금은 게으름의 바탕 위에 살아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인성교육’과 관련해 추상적이고 모호한 접근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전 미국의 고등학교들에서 가르치고 있는 ‘American Citizenship'이란 교과목의 내용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예절과 남에 대한 배려, 봉사의 마음, 리더십, 그리고 준법정신에 이르기 까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실천적 교육을 시키는 과정입니다. 다행히 제가 교장 취임을 하게 될 송도고등학교는 ‘사람이 먼저 되라’는 교훈을 교시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작고하신 재단 이사장님의 유지인 셈인데 인재육성에 앞서 인성을 강조한 뜻이라 생각합니다.

가칭 ‘Korean Citizenship'의 내용이 구체화 되면 인성교육을 공유할 고등학교들을 모아 인성교육 학교 리그를 결성하고 고등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가치를 공유하는 대학들과 MOU를 체결해 지식중심, 교과중심의 대학입시로 인해 고등학교 수준에서 인성교육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실시하지 못하는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사에 획을 그은 존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이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사건은 대학입시문제로 곤경에 처한 진보주의 교육을 추진하는 30개 고등학교들에 대해 미국 내 300여개가 넘는 대학들이 이들 학교들에게 각 대학들이 입학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특정 교과나 단위 이수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진보주의 교육의 가치가 판명될 때까지의 5년 동안 적용을 허락해 준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이 1933년 가을 시작된 미국의 ‘8년 연구(Eight-Year Study)’가 된 것입니다.

고등학교 교육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 대학입학전형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학-고교’의 연계 없이 고교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유수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인성교육의 반영이 강조되고 있음은 긍정적인 변화란 생각이 듭니다.

학교장으로 학교를 운영함에 있어 근간은 ‘교사중심의 학교운영’을 근간으로 할 생각입니다. 신자유주의가 표방하고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은 그 본래의 취지가 상당부분 왜곡된 채 우리교육계의 잘 못된 풍토를 조성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학교의 운영이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권리는 강화되고, 반대로 일선 학교 교사들의 사기는 저하되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해마다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교권이 약화되는 현실 속에 무엇보다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교사중심의 학교운영’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교사들이 배제되는 상황 하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실패 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개요
독립운동의 맥동 속에서 태어난 당당한 민족사학 건국대학교는 1931년 상허 유석창 선생께서 의료제민(醫療濟民)의 기치 아래 민중병원을 창립한 이래, 성(誠) 신(信) 의(義) 교시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한 나라 세우기’의 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서울캠퍼스와 충북 충주시 충원대로 GLOCAL(글로컬) 캠퍼스에 22개 단과대학과 대학원, 4개 전문대학원(건축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10개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며 교육과 연구,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건국대는 ‘미래를 위한 도약, 세계를 향한 비상’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새로운 비전인 ‘르네상스 건국 2031’을 수립, 2031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신지식 경제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창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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