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011년 신묘년(辛卯年) 테마전시
1부 <십이지신 토끼>는 호랑이와 용 사이에 위치한 네 번째 십이지(十二支) 토끼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다. 십이지의 토끼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미래의 태양으로 여겨져 해 뜨는 정동(正東) 방향에 배치되며, 묘(卯)는 문을 형상화 한 것으로 만물이 나오는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통일신라시대 고분을 둘러싼 호석(護石)과 석탑,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석관 등에는 무덤을 수호하는 십이지신 토끼가 묘사되었다. 이번 테마전에는 김유신묘 출토로 전하는 납석제 십이지신 토끼상과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고려시대 관료인 허재(許載, 1062~1144)의 석관이 전시된다.
2부 <재치의 상징 토끼>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이자 꾀돌이인 토끼에 관한 내용이다. ‘빨리 가다’라는 뜻에서 동사 ‘토끼다’라는 말이 유래되었듯이 토끼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잘 벗어날 수 있는 재빠름과 재치를 가진 동물이다. 무엇보다 토끼는 재치의 묘미妙味를 아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인 <토끼전>은 바다 속 용궁에서 간을 내어줄 뻔한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 만점의 토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원래 불교의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숭이와 악어 이야기였는데, 이 설화는 불교 전파와 함께 중국에 들어와서 악어가 거북이로 바뀌고, 우리나라에서는 원숭이가 다시 꾀 많은 토기로 변하여 풍자문학의 소재가 되었다. 사찰에 그려진 토끼와 거북이는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영혼의 전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삼국사기’에는 김춘추가 고구려에 잡혀 있을 때, 토끼와 거북이 설화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잡가의 하나인 <토끼타령>, 판소리의 <수궁가>, 소설 <별주부전>과 <토끼전>으로 전해왔다. 이러한 지혜로운 토끼의 모습 때문인지 연적과 벼루 등 문방구류에 토끼의 모습이 종종 묘사되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파도 위의 토끼를 묘사한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과 앙증맞은 토끼가 받치고 있는 국보 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전시한다.
3부 <달 속의 토끼>는 전통적으로 달을 상징하는 토끼 이미지를 조명한다. 도교의 신인 서왕모西王母를 위해 불사약을 만드는 토끼는 달 속에서 약절구를 찧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토끼와 종종 함께 그려지는 두꺼비는 서왕모가 자신의 남편 예羿에게 내린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로 도망간 항아姮娥이다. 항아는 두꺼비로 변해 달의 궁전인 광한전廣寒殿에서 약방아를 찍고 있는 옥토끼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죽지 않는 나무로 토끼와 계수나무 모두 장수를 의미한다. 달 속의 토끼는 음陰의 상징이자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통일신라시대 수막새, 고려 수월관음도의 달에서 이와 같은 토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는 토끼와 두꺼비가 묘사된 수막새, 약절구 찧는 토끼가 새겨진 동경 등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비록 여리지만 날쌔고 재빠르며, 재치와 착한 마음으로 새 희망을 여는 토끼처럼 슬기롭고 밝은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신묘년 새해에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개요
한국의 문화유산을 수집·보관하여 일반인에게 전시하고, 유적·유물 등을 조사·연구하기 위하여 정부가 설립된 박물관으로 2005년 10월 용산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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