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기업 창의성 경영하기’

서울--(뉴스와이어)--현대 기업의 성패는 구성원의 창의성을 동기 부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서 다양한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은 소수의 천재들 만에 의해서라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녹아 이루어진 협업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창의성은 다른 업무나 능력과는 달리 금전적 보상 등 외재적 보상으로 쉽게 활성화되지 않는다. 창의성은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적 대담함이 필요하면서 또한 치밀한 준비와 집요한 끈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우연한 작은 사건에 의해 큰 발견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은 직무 기술서와 같은 것은 버리는 것이 좋다. 즐겁고 자율적인 직장 분위기, 다양한 기질과 연령, 재능,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환경은 창의성 발현의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창의성을 경영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만, 상상력이 신경제시대 가치 창출의 주요 근원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톰 피터스(TomPeters)의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어깨 너머로 선진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배우고 이를 독한 근성으로 더 싸게 제공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가 없다. 더 싸게 제공하는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보고 더 빨리 움직여서 시장과 고객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 사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조직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업의 창의성이고, 이는 구성원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창의가 발휘되고 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조직의 DNA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Ⅰ. 기업 창의성 다시 보기

과연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창의성이란, 문제를 해결하거나,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자신이나 타인들을즐겁게 해 주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나 대안 또는 가능성을 생성하거나 인식하는 경향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창의성에 대한 주요한 논쟁 포인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준다.

먼저, 창의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명한 그림이나 소설과 같은 창작물이 더 이상 창의적 결과물이 아니게 될것이다. 다음으로 창의성이 남들과 다른 일종의 개인적 성격 특성이라기 보다는, 모든 이들이 발휘할 잠재력을 가진 아이디어의 산출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하고 있다. 장미 가시를 보고 철조망을 만들거나, 주름 치마를 보고 콜라병을 만드는 것도 창의적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창의성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많이 존재한다. 기업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먼저 살펴 보자.

기업의 창의성은 소수의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의성에 대한 매우 오래된 고정 관념 중 하나는 ‘외로운 영웅적 발명가(lone heroicinventor)’에 관한 선입견이다. 이러한 고정 관념은 발명가들의 전성시대에 형성되었고, 이후 위인전과 대중매체 그리고 때로는 학술적 노력에 의해 더 강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1800년대 후반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나 전구를 비롯 수많은 발명을 한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ion) 등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만든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 뛰어난 발명가들의 업적과 영향력은 의문의 여지 없이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볼 부분 역시 존재한다.

우선 당시의 성공 모델이 오늘날에는 성공적으로 작동하기가 어렵다. 오늘날의 발명과 창조는 옛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지식과 정보의 폭증, 분야별 전문화 그리고 혁신이 발생하는 과정과 절차의 복잡성 증가 등으로 인한 것이다.

또 하나, 세상의 많은 중요한 발명들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협력에 의한 산물이다. 에디슨의 발명 뒤에는 수 많은 연구 조수들의 노고가 숨겨져 있다. 이런 인식에서 포럼이나 Brown-bag lunch, 워크샵, 브레인스토밍 등이 집단의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추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 창의력의 단편만을 봐서는 안되며, 잠재된 전체의 모습을 인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튀는 자의 덫(high flier trap)’에 걸릴 위험이 큰 방식인 소수의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을 재해석해야 한다. 기업 창의성을 제고시키려면 창의적인 몇 사람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대다수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업무 현장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

모험 뿐만이 아니라 치밀함이 있어야 창의성이 성공적으로 발현된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용인하고 모험을 장려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구성원의 창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와 모험 감수가 창의성과 함께 한다는 주장은 잘못 받아들여지게 되면 기업 차원에서 상당히 해로운 것일 수도 있다.

창의성은 모험을 함으로써만 나타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대개의 경우 매우 ‘모험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이 역사적 기록에서 주목을 특히 많이 끌게 되므로 그런 내용이 다소 과장되어 받아들여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창의성을 간과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사실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무모하기보다는 조심스럽고 치밀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활로 성화를 점화하는 극적인 장면이 있었다. 신궁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도 88올림픽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점화를 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개막식은 안토니오레볼로라는 장애인 궁사가 단 한번에 멋지게 점화를 성공시켜 역대 최고의 점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성화를 활로 점화를 하자고 의견을 냈다면, 실패할 경우의 책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큰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궁사가 점화식을 위해 수천 번 이상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감안해 연습을 하며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만약의 실수를 대비해서 자동점화 장치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모험적인 제안 못지않게 그 실행을 위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다.

창의성의 발현에는 비록 모험 감수가 필요하지만, 기업 창의성의 경우에 있어서는 모험감수를 정당화시켜 줄 치밀함이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외재적 보상이 반드시 창의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창의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비록 보상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 통하는 도구이긴 하지만, 불행히도 창의성의 경우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만들어 창의성을 감소시킨다는 분명한 증거들도 있다. 창의성 연구의 대가인 테레사 아마빌(TeresaAmabile)은 보상이 아동, 예술가 그리고 과학자 모두에게서 창의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매수해 봤자 효과가 없다’라고 한 피터 드러커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업무인 경우에는 외재적 동기 부여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심리학자들간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최초에 내적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따라서 외재적 동기 부여 방안은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내재적 보상과 외재적 보상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선, 보상이 반드시 내적 동기 유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둘째, 특정 목표와 기준을 달성했을 때 그 대가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효과가 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적이고 상징적인 보상이 물질적인 보상보다 더 효과적이다.

켄터키주에 있는 존슨 콘트롤즈(Johnson Controls)사 포아맥 공장의 사례는 이런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아맥 공장은 토요타와 포드자동차에 좌석쿠션과 좌석 조절장치, 그리고 머리 받침대를 공급하는 업체이다. 이 회사의 제안포상 제도는 제안된 아이디어로 비용 절감이 얼마가 되느냐와 지급되는 보상간에는 전혀 직접적 관련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직원들은 보상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제안이 채택되는 것에서 내재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제안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비록 100달러라는 크지 않은 포상에도 불구하고 1996년 이 공장의 직원 350명은 모두 하나 이상의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고 한다.

창의성은 계획과 우연의 복합적 산물이다

우리는 흔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우연한 발견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체계적인 조사의 결과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사례를 보면 뛰어난 창조의 시작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사건에서 출발한다.

일본의 유제품 회사인 유끼지루시유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호리 도모시게(Hori Tomoshige)라는 연구원은 어느 날 실험실을 나가면서 우유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에 열선 전류를 끄는 것을 잊고 말았다. 다시 돌아왔을 때, 우유는 응고되어 있었고 온도측정기 기록상에는 재미있는 변화가 기록되어 있었다. 우유가 열에 의해 응고되는 시점에 큰 온도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이 현상을 요구르트 제작에서 우유 응고통의 전원을 끄는 가장 적당한 시점을 계측하는 자동화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그 이전까지는 숙련공이 경험과 직감에 의해 언제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때로 너무 일찍 중단하여 질이 떨어지거나, 너무 늦게 중단하여 좋지 않은 향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의 치즈 제조업체가 호리가 우연히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서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일화가 있다. 3M 연구소의 죠안 뮬린(joan Mullin)이라는 연구원이 어느 날 자신의 테니스 신발에 화학 물질을 엎질렀다. 그는 이 화학 물질을 닦아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물질이 섬유를 물이나 기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코치가드(Scotchgard)의 기원이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물질의 발견에 대한 3M의 역사 기록이다. 3M의 공식 역사기록인 ‘Our Story so far : Notes from the First Seventy-Five Years of 3MCompany’에 쓰여진 기록은 다음과 같다.

“3M의 한 연구원은 신발에 묻은 화학 물질을 골치 아픈 세척 문제로 인식했다. 그러나 화학자인 패스티 셔먼(Pasty Sherman)과샘 스미스(Sam Smith)는 이를 다르게 보았다. 그들은 이것을 물과 기름에 더럽혀지지 않는 섬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마치 우연한 발견이 아니라 계획적인 노력의 산물인 것처럼 기록하고 있다. 왜 이런 잘못된 역사 기록이 발생한 것일까? 소위 ‘기대하지 않은 기원’이 경시되는 경향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미리 예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Ⅱ. 기업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만들기

기업 창의성 관리 방식에 대한 시각차

기업 창의성을 관리하고 동기를 자극하는 방법에 대한 견해와 접근방법은 다양하다. 일부는 기존의 질서와 관료체제 속에서 직원들이 투입하는 시간을 가장 중요시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른 일부는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의 창조성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반대로 일부 회사들은 이런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창조성을 관리할 수 없다고 믿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는 창조성을 관리하고 끌어내려는 시도에 있어 무간섭주의를 택했다. 즉, 최고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이들 유능한 사람들에게 작업의 일반적 개요를 설명해 준 후 혼자 일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조직은 양 극단을 취하기 보다는 이들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직차원의 관리, 자발적 동기의 유발, 동료의 압력을 적절히 혼용하고 있다. 이상의 창의성에 대한 이해와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이 창의성을 관리하기 위한 주요 포인트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동기 부여 포인트

1. 직무 기술서를 버려라

구성원의 창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일이다. 구성원들을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 존재(머슴)로 인식하기 보다는 스스로 조직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능동적 존재(주인)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서양 기업에 있어 인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이다. 서구 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직무기술서를 작성하고, 이에 기반하여 행동 중심의 관리를 한다. 그래서 먼지를 줄이려고 도로에 물을 뿌리는 일을 하는 직원은 비 오는 날에도 물을 뿌리는 행동을 한다. 자기의 입장에서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에서는 서구 기업의 직무기술서 같은 것이 없다. 대신 왜 하는지를 알려주고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방식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목적 기반의 관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흔히 현지 인력들이 ‘지시가 모호하다’고 불평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에 우리 주재원들은 현지 인력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라고 답답해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스스로 알아서 열정을 갖고 일을 하는 헌신적인 모습이 아쉽다는 것이다.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도 대기업에 작은 기업을 심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한바 있다. 이 말 속에는 관료화된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통찰이 전제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고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작은 조직처럼 구성원이 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주인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물론 목표를 공유하는 것, 가슴이 뛰게 하는 꿈을 공유하는 일이다. 네 책임과 내 책임을 구분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2. 자율을 부여하라

자율이 중요한 이유는 창의성의 본질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의성의 본질이 결국 자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자율이란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으니 ‘자유롭다’는 의미를 일단 가지고 있다. 그러면 왜 ‘자유’라고 하지 않고 ‘자율’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원칙’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스스로 만들기도 하지만, 조직 내에서라면 전체 조직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지금은 은퇴한 대기업 회장 한 분도 자율을 ‘조직이 원하는 방향 하에서 구성원이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경영자 시절에 직원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목표의식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창조적 긴장감을 공유하는 것은 창조성 경영에 있어 가장 강조되어야 할 핵심 포인트이다.

톰 피터스도 그의 저서 ‘해방경영’에서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할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창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경영은 기존의 전통적인 계층별, 기능별, 부문별 조직구조를 탈피하여 각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각자가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이다.

조직 구조에 있어서는 계층 위주의 수직적 조직을 파괴하고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은 자율적 책임 아래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하면서 일을 수행해 나가는 조직을 의미한다.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구성원들도 자율적 책임 아래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된다.

3. 다수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라

기업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그 외 기업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기획 담당자만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 전체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원 전체의 아이디어를 모아 경영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은 오늘날 많은 기업에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기업들이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극복해 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도요타 자동차의 경쟁력도 구성원들의 ‘지속적 개선’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도요타의 조직 구성원들은 무엇이 불필요한 낭비 요소인지 끊임없이 찾아내고 그 개선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여 제안한다.

유명한 코카콜라의 주름 잡힌 병이 만들어진 것도 한 평범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카플만 루트는 유리병 제조회사의 현장 직원이었다. 어느 날 그는 애인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 여자친구가 입고 온 옷이 주름치마였다고 한다. 그 예쁜 모습에 매혹된 그는 순간 ‘저와 같은 모양으로 유리병을 만들면 되겠다’는 발상을 하게 되었고, 이후 그 아이디어로 인해 회사는 대성공을 거두고 자신도 갑부가 되었다.

4. 다양성을 포용하라

우리는 다양한 기질과 연령,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해야만 한다. 그것이 창의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일반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험이 많은 이들일수록 상황 인식이나 대응 방식에 있어서의 패턴화도 많아짐에 따라 때로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레먼(Lehman, 1966)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대체로 40세 이전에 이루어지지만 중년 이후에도 비록 작긴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최근 심리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도 나이가 들더라도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중년 이후의 사람들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고, 복잡한 자료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한 가지 연령에 따른 차이점은 창의를 자극하는 동기가 나이에 따라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고 경험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중년이 되면서는 경력 개발 면에서 실용적인 도움이 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식이다.

다음으로,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틴데일(Martindale)이나 사이먼톤(Simonton)의 연구에 의하면, 독립적이고 동조를 잘 하지 않으며, 비관습적이고 보헤미안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개방적이고 모험을 즐기며 유연한 사고와 행동이 더 많은 경험에 노출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사고를 촉진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우리 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처럼 이들에게 조직 문화에 순응하기를 강요하기 보다 큰 틀에서 자유롭게 포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지능에 있어서도 서로 상이한 강점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전 연구에 의하면 지능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창의성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가드너(H. Gardner)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지능은 음악지능, 신체 운동 지능, 언어 지능, 논리 수학 지능, 자기인식 지능과 타인 인식 지능, 자연관찰 지능 등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으며 각 지능별로 당연히 개인차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이나 심리학 등 특정 분야에 있어서의 창의성과 이들세부 지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 각자의 재능과 관심을 인정하고 잘 살려주는 것이 개인 나아가 조직 전체의 창의성에 효과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조직 내에서 ‘왕따’의 두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매우 참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변 사람들과 조직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남들에게 배척되는 것이 두려워서 지레 포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조직내 소속감이나 관계 형성 니즈가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게 된다. 따라서 관습과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각과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리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팀 동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끝으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출생순위와 창의성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설로웨이(Sulloway, 1996)에 의하면, 맏이보다 나중에 태어난 아이가 더 창의적이라고 한다. 맏이는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했었기 때문에 자신의 현 상태를 지키기 위해서 부모의 기대에 잘 따르고 가족의 전통을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맏이가 가진 특별한 지위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맏이의 힘에 반항하는 경향이 있고 인정과 특권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창의적 능력을 길러 관습이나 전통에 도전하는 성향을 학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험에 대해 개방적이고 비관습적이며, 모험적이고 반항적인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다. Sulloway는 이에 대한 증거로서 종교개혁 당시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맏이보다 46배나 더 많이 화형을 당했고, 좌익 혁명론자가 18배 더 많았으며 다윈의 진화론을 9.7배나 더 지지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맏이보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성장기에 학습된 성향이 창의성에 중요하다는 말은 기업이 구성원의 행동 양식 학습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이야기이다.

5.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라

창의성이란 우리가 사물을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배열하거나 재결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종의 재미있는 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창의성 연구자들도 창의적인 사람들은 마치 아이들과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감정이 긍정적일 때 더 창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긍정적 감정이 사고를 촉진시키는데, 특히 새로운 방법으로 사물을 조합하고 다양한 자극 간의 관계를 볼 수 있는 경향성을 증가시킨다는 의미다. 뇌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긍정적 감정 상태가 되어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면 뇌에서도 도파민 수준이 높아져서 인지적 융통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사고가 활성화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심리학에서는 행동이 활성화되는 메커니즘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로 불안이나 위협을 느낄 때는 행동 억제 메커니즘이 작용하여 창의성을 제약한다고 한다.

조직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많은 구성원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를 조직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즐거운 상태와는 거리가 먼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의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조직 창의성을 제고하려면 먼저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북송시대 학자인 구양령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장소로 화장실, 침대 그리고 말의 안장을 꼽았다. 구성원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지 되새겨보게 되는 말이다.

Ⅲ. 팀 창의성 제고를 위한 실전적 방안

지금까지 조직 차원의 창의성 경영에 대한 주요 포인트를 살펴 보았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한 부서의 책임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더해 부서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실전적 방안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방식

창의적인 해결책이 요구될 때 우리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기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이 기법은 소규모 집단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으로,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어떠한 아이디어도 바보스럽거나 틀렸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서로 비판을 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격려를 하게 되면 아이디어 생성은 더 촉진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매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게 되고 생각의 폭이 확산되게 된다. 물론 회의에서 금해야 할 것이 비판 뿐만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게 되는 ‘돌아가며 아이디어 얘기해 보세요’라는 식의 강제적 회의 진행 역시 금지 사항의 하나다.

원격 연합 방식

새로운 아이디어란 요소들간의 결합이다. 예를 들면, 지우개 달린 연필은 지우개와 연필이라는 요소의 결합이고, 롤러블레이드는 운동화와 바퀴를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이런 결합 반응이 정형화되어 있고 그에 따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평범한 결합이 아니라 관련성이 낮은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원격 결합을 하게 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가 쉽다.

팀 차원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 이처럼 서로 다른 요소를 던져 놓고 자유롭게 연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아이디어는 팀 조직 구성에도 응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래 트렌드를 연구하는 창의적 업무를 수행하는 팀은 경제학도와 과학도 그리고 경영학도, 인문학도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해 보는 식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창의성 경영 방안에 대해 살펴 보았다. 사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사람은 호기심과 함께 창의적이기를 원하는 욕구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따라서 구성원의 창의를 사장시키는 잘못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깨닫는 일부터 출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용진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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