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달콤한 연애의 이면-데이트폭력’ 토론회

서울--(뉴스와이어)--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는 2009년 9-10월 서울지역 11개 대학 8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 이후에 호감을 가지고 만난 모든 이성 관계(1-2회의 데이트 포함)에 대해 대학생들의 데이트폭력경험 및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문항은 정서적·언어적·성적·신체적 폭력으로 구분하여 각각 10-12개의 세부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조사분석 결과 데이트경험이 있는 여성들 중 77.8%가 정서적 폭력 문항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하였다. 주로 경험한 행동은 상대방이 자신의 “핸드폰, 이메일, 개인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자주 점검한다”(59.7%),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40.9%),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한다”(32.1%)고 답했다. 데이트상대자가 자신의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하거나, 자신이 학과·동아리 활동을 못하게 하는 등 의심·통제·감시와 같은 정서적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언어적 폭력 문항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 사람은 여성응답자의 61.4%, 남성응답자의 59.3%였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협을 느낄 정도로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이 10.6%, 남성이 5.7%, “결별 후 자주 집이나 학교 앞으로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한다”는 행동을 경험한 여성이 16.3%, 남성 10.6%로 나타났다. 상대방이 “죽이겠다거나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는 여성 2.3%, 남성 0.8%였다. 언어폭력 문항 중에서 심각한 수준의 폭력은 여성이 더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의 성적 폭력 문항에 대해 여성은 1인당 2.6문항, 남성은 1인당 1.5문항에 답하였다. 남성이 경험한 성적 폭력 행동은 “나의 기분에 상관없이 키스를 한 적이 있다”(17.3%)로 나타났고, 여성은 24.2%로 나타나 여성이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데이트상대자가 원하지 않는 성 관계를 강요하거나(12.1%),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15.2%), 애 무를 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다(8.1%)고 응답해 데이트관계에서 여성이 성적 폭력을 많이 경험함을 알 수 있었다.

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은 여성이 경험하는 비율이 더 높았으나, 신체적 폭력 문항에 대해서는 “집에 못 가게 막은 적이 있다”(여성 24.6%, 남성 19.6%), “발로 문을 차거나 주먹으로 벽을 친 적이 있다”(여성 11.3%, 남성 8.8%)를 제외하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2~3% 더 많이 경험했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을 보면 경미한 수준의 폭력은 여성과 남성이 비슷하거나 남성이 좀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심각한 수준의 폭력은 여성이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본회 상담사례에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상해를 입을 정도의 심각한 폭력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겪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행동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거나(34.1%) 상대방 기분을 맞추어 주었다(23.2%)고 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성에게 여성의 행동이 위협감을 주지 않는 경미한 수준이었거나 남성의 폭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전체응답자의 절반(49.2%)이 “데이트 관계에서 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 명 중 한 명(34.6%)이 ‘데이트폭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해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폭력을 써도 사과하면 용서해야 한다”고 답한 여성이 6.2%, 남성이 22.6%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폭력을 허용하는 정도가 훨씬 높았다. 남성의 15.5%가 “남자가 성 경험이 많은 것은 능력이 있는 것이다”고 답해, 여성(2.6%)과 큰 인식차이를 보였다. 본회의 2007년-2008년 데이트 폭력 상담 건수 275건 중 남성이 여성에게 “성 관계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스토킹을 하는 경우가 75건(27.3%)이었다. 남성의 성 경험은 자연스러운 것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나 여성의 성 경험은 ‘협박’으로 통용되는 한국사회의 이중적 성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2009년 11월 25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달콤한 연애의 이면-데이트폭력” 토론회에서 2009년 데이트폭력 실태조사결과와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의 2007년-2008년 데이트폭력 상담사례 분석내용을 보고하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미정 연구위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전체 데이트폭력의 실태와 상담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데이트폭력 피해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조사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신혜섭 교수(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대학내 성폭력 관련 학칙을 재정비하고, 데이트폭력에 대해 인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학생, 교수, 직원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호중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우선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사적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데이트관계에서의 폭력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젠더 권력 관계에서 비롯한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마련되고 실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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