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재정적자 팽창과 일본경제의 미래’
Ⅰ. 연구 배경 및 목적
일본은 국가채무잔고(2007년 말 기준)가 GDP의 180%를 상회하고, 재정적자 또한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GDP의 3.4%). 불안한 재정 상태는 향후 일본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 재정적자 확대 → 채무상환비 증가 → 예산운용 제약·금리 상승 → 자원배분 및 경제안정화 기능 위축·재정의 지속가능성 회의 → 투자·소비 위축- 재정적자 누적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관련 비용 증가가 가세하면서 일본경제의 성장력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
본 보고서는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 및 경제성장력 저하 원인 분석과 함께 재정구조 건전화의 조건 및 성장력 회복의 수단을 모색. 소비세, 경제성장률, 사회보장지출 등 재정구조 변화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분석. FTA 체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외국인 인력 유입 확대 등 경제성장력 저하를 극복할 수단을 탐색하고, 정책 효과를 진단. 한국에 대한 시사점도 도출
Ⅱ. 일본의 재정개혁 목표와 전망
1. 재정현황 및 문제점
일본의 총예산(중앙정부 일반회계+중앙정부 특별회계+지방정부 예산)은대략 270~290조엔으로 GDP의 55~60% 수준. 특별회계로 인해 계정 간 중복이 많은 데다 회계제도 간 非정합성으로 인해 외부에서 정확한 예산 수치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조세 및 기타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세출이 65% 수준에 불과해, 세입의 30% 이상을 공채발행으로 조달하는 구조. 일반회계 누적적자의 GDP 비중: 36.3%(1991년) → 106.1%(2007년)
일본 재정악화의 원인은 정부가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출 확대와감세정책을 병행한 데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사회보장지출 확대가 가세. 버블 붕괴 이후 1992~2000년간 9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며 주로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124조엔에 달하는 추가 재정을 투입.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감세 규모가 1994년 이후 9년간 약 44조엔. 인구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비지출도 1990년 16조엔에서 2005년 30조엔으로 2배 가량 증가하는 등 지출 요인이 크게 확대. 제로 금리에 가까운(1999년 0.15%)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부담이 경감되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재정위기에 둔감. 세출 대비 국채이자 부담: 17.0%(1991년) → 10.9%(2006년). 국채만기가 도래하면 차환발행하고, 금융기관과 국민은 이를 매입하는 행태를 반복하며 지방정부채무를 포함한 국가총채무잔고가 1천조엔 초과
2. 재정개혁의 목표와 성과 평가
고이즈미 정권 이후 경제성장과 재정개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기본방침 2006년」에 입각하여 2단계 재정재건 전략을 추진. 1단계는 2011년 기초재정수지를 흑자화하는 것으로서 세출 삭감이 핵심. 2단계는 2010년대 후반까지 장기금리 이상의 경제성장 달성 또는 재정지출의 지속적인 삭감을 통해 GDP 대비 국가채무잔고를 안정적으로 축소
기초재정수지 면에서는 개혁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으나 성장과 재정재건 간 정책적 충돌과 세출 삭감의 어려움 등으로 개혁의 추진력이 약화. 지속적인 세출 삭감과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에다 자산·부채의 슬림화를통한 국채이자 부담 경감 및 신규 공채발행 감소가 재정수지 개선에 기여. 기초재정수지의 GDP 대비 비중: -4.2%(2003년) → -0.9%(2007년).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11년 기초재정수지흑자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 2007~2011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이 당초 3.2%에서 2.3%로 하향 조정→ 2011년 기초재정수지의 GDP 비중 전망: 0.2% → -0.1%
'성장중시'와 '재정재건중시' 노선이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후쿠다 총리의 양자 병행을 위한 실천 전략이 미흡해 정책 추진력이 저하. 중앙은행 총재 임명 파동, 휘발유세 잠정세율 연장안 부결 등 정책혼선- 사회보장지출 증가, 공공투자 및 기타 경비 감축 노력의 실패 등으로 재정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추가 세출 삭감이 필요하나, 국민의 저항으로 실현이 난망
인구구조, 경제성장, 재정 문제가 맞물려 해결책을 찾기 어려움. '인구 감소·고령화 → 경제성장률 저하·사회보장지출 증가 → 재정수지악화 → 증세 → 경제성장률 저하'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
Ⅲ. 일본의 장기 재정 전망
1. 인구 및 경제성장률
일본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총인구 및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세가 예상. 총인구: 1억 2,777만 명(2005년) → 9,515만 명(2050년). 생산연령인구(15~65세): 8,442만 명(2005년) → 4,930만 명(2050년)- 특히,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율(연평균 1.2%)이 총인구 감소율(同0.6%)의2배로 고령화의 가속과 함께 피부양인구 비중이 크게 확대될 전망
고령화의 가속으로 사회보장 관련 부담이 급증하여 재정을 압박하는 한편, 경제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여 2020년을 전후해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 고령화율과 사회보장비지출 증가와의 상관관계는 밀접(상관계수: 0.99)- 지금까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분 이상의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향후 생산성으로 생산연령인구 감소분을 상쇄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전망. 일인당생산성 증가율은 0.9% 수준에서 정체, 인구감소율은 향후 가속. 통상적인 개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2. 재정 전망
사회보장지출, 소비세율, 잠재성장률의 3개 변수에 따라 18개 시나리오를예측해본 결과, 일본 재정의 장기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 18개 시나리오 중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경우는 5가지ㆍ시나리오 4: 잠재성장률이 Base Line일 때, 소비세를 10%로 추가 인상하는 동시에 사회보장비지출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억제되는 경우ㆍ시나리오 7: 잠재성장률이 Base Line보다 0.3%p 증가하고 사회보장비지출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억제되는 경우(소비세의 추가 인상 없이도 가능). 시나리오 10, 11, 12: 잠재성장률이 Base Line보다 0.3%p 증가하고 소비세를 10%로 추가 인상하는 경우에는 사회보장비 증가 속도에 관계없이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결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잠재성장률을 제고함으로써 추가 세원을 확보하는 것임. 현재의 인구구조에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은 일본정부가 기존의 경제·재정개혁 노선을 견지하는 경우, 2010년대 이후 기초재정수지는 흑자화를 유지하겠지만 국가채무는 지속적으로 발산. 국가채무잔고를 GDP의 일정비율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세율인상 등 추가적인 세원 확보가 필요하지만 국민의 저항으로 어려움이 예상. 잠재성장률이 '당초 예상(Base Line)'보다 제고될 경우에는 소비세율 인상없이 재정지출 삭감만으로도 재정의 건전화 수단을 확보. 이 경우 사회보장비 지출 확대 등의 정책적 수단과 소비세율 인상을 병행할 수 있어 증세에 대한 국민의 저항 극복이 비교적 용이. 반대로 잠재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하락하는 경우에는 기초재정수지적자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재정 파탄 가능성도 증폭
Ⅳ. 일본의 재정과제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1. 재정개혁을 위한 정책과제와 한계
일본경제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17.9%에서 2007년 8.1%로 하락. 일본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중국경제가 빠른 속도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1년에는 중·일 간 경제규모가 역전될 전망. 2007년 일본의 일인당 GDP는 3만 4천달러로 과거 최고였던 1995년 4만 2천달러에 비해 약 20% 하락하였고, OECD 국가 중 20위에 불과
내적 성장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개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제기.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한 2011년 이후 국가채무잔고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세원 확보가 불가피한데, 이는 오히려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인구고령화로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도 용이하지 않은 데다 20~30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노동과 교육을 기피하는 풍조가 폭넓게 확산되는 것도 문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의 은퇴 이후 여러 가지 사회문제 발생,비정규직 고용 증가(프리터족과 니트족)로 인해 노동력의 질 저하가 우려. 이공계 기피 등의 현상도 내부적 성장력 확충에 제약. 급속한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성장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생 방안 모색이 불가피. 2010년 이후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할 중국, 인도, ASEAN 등의 동아시아를 성장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FTA(EPA)를 추진하자는 주장 대두
정치 시스템의 결함과 정책효과의 제한으로 대외개방 전략의 난항이 예상.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ASEAN 개별 회원국과의 FTA와는 별도로 ASEAN 전체와 FTA를 체결하는 이중 방식을 채택. 그 결과 개별 국가와 높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어도 ASEAN과의 양허수준이 더 낮아 무역효과가 왜곡될 소지가 다분. 고이즈미 정권의 ‘아시아 輕視主義的외교 노선’,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등이 아시아 내 일본의 외교적 기반을 약화시켜 일본 기업의 이미지에 악영향. 농업 및 지역 선거구민을 의식한 의원들의 득표전략이 일본식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와 맞물려 '열린 국가'를 향한 일본의 행보에 걸림돌.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이 동아시아 통합을 솔선하여 이끌어내고, 일본시장의 문호를 실질적으로 개방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
노동력 감소 대응책으로 실행한 해외 노동력 활용도 효과가 제한적. 1990년대 후반 이후 외국인 연수·기능실습생 등을 중심으로 해외인력이 빠르게 유입됐으나 2005년 현재 불법취업자까지 포함하더라도 100만명 수준.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입을 촉진하고 있는 전문·기술 노동자의 유입은답보 상태(1995년 약 6만명 → 2006년 11만명). 2030년까지 노동력 감소분에 해당하는 1,70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확보해야 하는데 실현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정책당국마저 미온적 태도
FDI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보호주의와 배타주의 등의 이유로경쟁국에 비해 크게 저조. 누적 FDI 규모가 2001년 6.6조엔에서 2007년 15.4조엔으로 증가했지만, GDP대비 비중(3.0%)은 선진국의 1/10 수준
2. 한국에 대한 시사점
일본의 재정운영 실패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제1의 교훈은 재정지출의 효율화. 2006년 한국의 국가채무잔고의 GDP 비율은 27.7%로서 OECD 국가 평균(77.1%)을 크게 하회할 정도로 낮지만 증가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 한국의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이후 1997~2006년간 연평균 21.1% 증가. 인구고령화로 인한 의료, 보건, 복지 등 사회보장 관련지출이 확대됨으로써 재정지출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여건.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2005년 11.0%에서 2023년 20.3%로 증가.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확립하고,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경제지출과 사회보장지출의 급팽창을 제어
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여 세수기반을 확충. 첨단지식산업, 소재·에너지 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와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제고. 재정지출 감축만으로는 재정의 건전성 유지에 한계가 있으므로 '낮은 세율,넓은 세원'의 기조 하에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여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등 성장친화적인 조세정책을 운영
'안팎으로 열린 국가'를 지향하면서 해외시장과 자원을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 해외시장 확대,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FDI를 확대. 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외국인 인력에 대해 다문화 수용성을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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