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자율전공학부 학생들,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가져
지난 5월 20일 오전 건국대 법학관에서는 자율전공학부 학생들과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건국대 석학교수인 로저 콘버그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콘버그 교수는 세포 내 유전자에서 유전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노벨상 수상자로는 처음으로 2007년부터 국내대학(건국대)에 석학교수로 초빙돼 KU글로벌랩을 운영하며 건국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자율전공학부의 3가지 교육과정(공공인재 양성과정, 글로벌 리더 양성과정, 글로벌 과학인재 양성과정) 가운데 과학인재 양성과정 학생들이 주로 참석한 이날 만남에서 학생들은 한때 영문학을 배우던 학생에서 화학자로 변신해 노벨상까지 수상한 콘버그 교수로부터 진로와 학업에 관한 ‘지혜’를 얻기 위한 질문을 쏟아냈다.
콘버그 교수는 전공의 경계를 초월하고 학과 벽을 허물어 다양한 교과를 수강하는 자율전공학부에 대한 소개를 들은 뒤 “미국 대학에서도 학부과정에서는 자율전공학부처럼 다양한 교양과목(Liberal Arts)을 두루 배운다”며 하버드에 입학할 당시에는 영문학(English literature)를 배우다 나중에 화학을 전공하게 된 경험을 소개하고 “학부과정은 다양한 학문을 배우며 진정 자신이 흥미를 가진 분야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콘버그 교수는 이날 만남에서 학문에 대한 ‘흥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영문학을 선택했다가 화학으로 바꾼 이유가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두루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하버드대에 입학할 때는 영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은 물론 문학과 법, 역사에 모두 관심이 있었고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화학으로 바꾼 이유는 다른 것은 포기할 수 있었으나 화학은 많이 배울 수록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화학에 관심이 많았고 재미 있었습니다. 대학원은 알고 있던 것에 새 지식을 더해 가는 것입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다른 과목을 포기하고 화학 쪽을 공부하면서 알아가는것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매년 화학을 하는 즐거움이 더해 갑니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자신의 흥미를 찾고 계속 공부하다보면 더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도 노벨상을 수상하신 유명한 과학자였는데, 아버지의 직업이나 성취가 당신의 삶이나 진로 선택에 미친 영향은.
제 부친은 자신의 영향력이나 지식이 저에게 영향 주는 것을 조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완벽하게 제 선택에 따라 공부했습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율(Freedom)과 독립심(Independence) 두 가지입니다. 스스로 뭔가를 찾고자 하는 의욕에 생길 때 연구는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과를 불러오기도 하죠. 나는 어린 시절에 숙제하기 싫을 때는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을 때는 시간을 아끼지 않고 몰입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한 번도 ‘공부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탐험할 시간이 충분했죠.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해 파고들었어요. 여러분들도 가족 구성원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하지는 않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당신의 능력, 열정과 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1학년 때 무엇을 했습니까. 대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대학 1학년 때 미국 역사와 영어작문, 미적분(수학) 등을 관심 있게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미국역사는 아주 가치 있는 과목이라 생각했습니다. 미국역사는 미국 학생이라면 초 중 고 때 1번식 배운 과목입니다. 학생 생활동안 3번이나 배웠지만 대학에서 어떤 교수님의 미국 역사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잘 가르치고 흥미로웠습니다. 법학도 훌륭한 학자의 좋은 강의를 들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대학에서는 훌륭한 학자들의 강의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제 학생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학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가르침들이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신입생들에게 유망한 전공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굳이 하나를 정해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과학 영역들, 말하자면 물리 화학 생물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정하고 싶다면 제가 딱히 ‘이거다’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염색체 생물학(Chromosomal Biology) 등은 유망한 전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굳이 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공부해나가면서 자신의 흥미에 따라 찾으면 될 것입니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과학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명확한 조언을 해드리기 어렵지만 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자기 자신이 정말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를 잘 찾아서 발전시킨다면 무엇보다 큰 힘과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합니까. 무엇이 그렇게 해 줍니까.
내 인생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가치관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들도 자기가 만족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충고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 자기 길을 찾는 게 진짜 중요하며, 작은 부분이라도 어려서부터 혼자 힘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
기억력도 좀 필요하지만 어느정도 기억한 뒤에는 너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원리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원동력(motivation)입니다. 원리와 개념을 배우면 저절로 기억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억하는것으 도움이 되고 재미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알게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한 원리, 즉 왜 화학을, 왜 바이오 과학을 배우는가, 이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 수업은 기억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험을 얘기 하자면 실험수업의 경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사실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은 힘들지만 실험을 통해서 개념을 공부하고 그 과목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원리를 이해하면 됩니다.
“왜”라는 의문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생각하고 개념을 알게 되면 저절로 기억하게 됩니다. 자잘한 지식에 매몰되지 않고, 핵심 원리만 재미있게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리를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공부하는 원동력입니다.
-한국 대학생들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어는 한글과 관련된 과목을 제외하면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입니다. 영어는 여러분들이 실용적인 분야는 물론 학문에서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위해 잘 해야 합니다. 논문도 영어로 써야하고, 세계적 연구자나 과학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도 영어는 꼭 필요합니다.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로 영어로 쓰인 과학 원서를 잘 읽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결과를 세계에 잘 알리기 위해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합니다. 뉴턴의 미적분학,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은 비슷한 시기 각각 라이프니츠·러셀·힐버트에 의해서도 발견되고 주장됐지만, 앞의 세 사람이 뒤의 세 사람보다 소통(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월해 이들의 이름으로만 기억되게 됐습니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공동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건국대의 제 연구실이 스탠퍼드대 보다 시설이 더 좋습니다.(웃음) 한국 학생들, 연구원들은 매우 똑똑하고 훌륭합니다. 지난 3년간 한국 학생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근면함과 연구에 대한 열정, 적극성과 의지에 놀랐습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실험결과를 내놓는데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세계적 석학과의 공동연구는 한국이 연구수준을 빠른 시간 안에 높이는데 매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내 성공 케이스를 만들고 한국 학생들도 세게 최고 연구자와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다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임용 첫해부터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3년여 동안 이미 많은 연구 성과를 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을 통해서는 세포 내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단백질 복합체의 삼차원 구조 결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건국대는 글로벌 랩(global lab)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이뤄지는 많은 일이 건국대에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개요
독립운동의 맥동 속에서 태어난 당당한 민족사학 건국대학교는 1931년 상허 유석창 선생께서 의료제민(醫療濟民)의 기치 아래 민중병원을 창립한 이래, 성(誠) 신(信) 의(義) 교시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한 나라 세우기’의 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서울캠퍼스와 충북 충주시 충원대로 GLOCAL(글로컬) 캠퍼스에 22개 단과대학과 대학원, 4개 전문대학원(건축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10개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며 교육과 연구,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건국대는 ‘미래를 위한 도약, 세계를 향한 비상’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새로운 비전인 ‘르네상스 건국 2031’을 수립, 2031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신지식 경제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창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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